“죽어라” 메시지 5만개로 남친 벼랑 끝 내몬 韓여학생

입력 2019-10-29 15:27 수정 2019-10-29 16:11
B씨(왼쪽)와 A씨가 함께 찍은 사진. 서퍽 카운티 검찰청

미국 보스턴대에 다니던 한국인 여학생이 남자친구에게 “죽어라”는 폭언 메시지를 5만여개 보내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현재 이 여학생은 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서퍽카운티 대배심은 한국인 여성 A씨(21)를 지난 5월 보스턴의 한 주차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대학생 B씨(22)의 사망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와 B씨는 당시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으며 18개월간 사귀던 사이였다.

서퍽카운티 지방 검찰의 레이철 롤린스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A씨가 B씨를 신체적, 언어적, 심리적으로 학대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롤린스 검사는 A씨가 B씨의 사망 두 달 전부터 4만7000건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대다수가 “목숨을 끊어라” “죽어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롤린스 검사는 A씨가 B씨를 정신적·감정적으로 완전히 지배하고 조종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를 위협하고 죽음을 요구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지난 5월 20일 주차장에서 사망할 당시 주차장에 함께 있었다.

보스턴 검찰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A씨가 스스로 미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에 송환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B씨는 사망할 당시 뉴욕의 한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또 사건 당일은 자신의 졸업식을 몇 시간 앞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었으며 내년 5월 졸업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 자퇴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발생한 미셸 카터 사건과 유사해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당시 카터는 남자친구인 콘래드 로이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죽음을 유도했던 것으로 밝혀져 2017년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15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