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 다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중싱통신)를 견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를 앞둔 상황에서 협상과 별개로 대중 견제는 계속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시골이나 취약 지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게 화웨이나 ZTE의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FCC는 시골 및 취약 지역 지원을 위해 85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화웨이나 ZTE 장비를 사용하는 업체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FCC는 이런 내용의 안건을 11월 19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기존 중국산 장비가 “용납될 수 없는 위험”이라며 이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이 기금으로부터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한 기업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자고 처음 제안했지만 당시에는 화웨이나 ZTE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FCC는 취약 지역에 이미 설치된 화웨이와 ZTE 장비도 철거 또는 교체하도록 하고, 장비 철거·교체 비용을 보조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미 기존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와 ZTE를 퇴출시키는 데 드는 비용 산정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화웨이와 ZTE의 저렴한 장비에 의존하는 미 기업 10여곳이 에릭슨, 노키아 장비로 교체하기 위해 협의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의회도 중소기업과 시골지역 무선 사업자들이 중국 회사의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할 수 있도록 최대 10억 달러를 승인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블랙리스트(수출규제명단)에 올리고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며 사용 금지를 요구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열린 ‘2019 세계무선통신회의’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차세대 5G 네트워크의 안보에서 인식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5G 서비스를 신속하게 도입할 계획”이라며 “5G를 자국민에 대한 통제 확대와 국가간 갈등을 조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국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지난달 화웨이의 5G 통신망 구축을 막을 계획이 없다고 했고, 영국과 독일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반 화웨이’ 전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예상보다 앞서 ‘1단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아마 대중 협상의 매우 큰 부분에 서명하는데 있어 예정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것을 1단계이며, 매우 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단계 합의는) 농민들을 돌보는 것이고, 또 많은 은행의 요구를 처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정보다 조금 더, 어쩌면 훨씬 앞서 있다. 아마 우리는 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명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양국은 다음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식 서명을 위해 후속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