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거인멸 덮어씌워 황당했다”… 김경록 정경심 구속후 첫 소환

입력 2019-10-29 11:11 수정 2019-10-29 16:05
유튜브 캡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프라이빗뱅커(PB)로 일하며 동양대와 자택 등에서의 여러 증거인멸 행위에 동원됐던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김씨의 검찰 출석은 정 교수의 구속 이후에는 처음이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 교수의 노트북과 또다른 하드디스크의 향방을 묻는 한편 그간 정 교수의 투자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한동안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던 김씨는 검찰이 정 교수를 구속하고 조 전 장관 직접조사 시기를 저울질하는 시점에 소환됐다.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처럼 활동했던 김씨는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에도 정 교수와 긴밀히 소통했는데, 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의 행적을 가장 잘 진술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 교수가 사용하던 노트북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한편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간의 대화 내용 등 주변 상황을 재차 살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던 날에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김씨의 진술을 들어 왔다. 당시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통화할 때 휴대전화에 다른 유심칩을 넣어 차명폰 형태로 사용한 사실이 김씨의 진술로 포착돼 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검찰에 따르면 김씨 본인도 증거인멸 행위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이다. 김씨는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교수가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 등을 두고 “내가 시킨 것이 아니라 김씨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떠넘기듯 진술한 내용을 확인했다. 김씨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당황한 게 아니라 황당했다”며 “말 같지 않은 소리라서, 검찰에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증거인멸을 주도한 이가 김씨라는 정 교수 측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취지였다. 정 교수의 구속 사유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

정 교수 측의 그간 주장을 종합하면 하드디스크 등 증거인멸은 김씨 주도였고, 사모펀드 범죄는 조 전 장관의 5촌 측이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듣는 상대방인 김씨나 조씨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교수 측은 “공범들의 경우 문제가 되면 책임을 상대방한테 전가하는 게 통상적”이라면서도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본인들만 알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 교수 측은 구속적부심 신청을 검토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