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나섰던 비건, 美국무부 ‘넘버 2’ 승진할 듯

입력 2019-10-29 09:40
상원 인사청문회 있어 정식 활동까지는 시간 걸릴 전망
호평 받았던 비건 승진,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 미칠지 촉각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번 주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8월 대북특별대표로 기용된 비건이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부 ‘넘버 2’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우리 외교부 청사를 방문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비건 대표가 항상 들고 다녔던 서류 묶음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AP뉴시스

하지만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정식 활동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임자였던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은 주러시아 미국 대사로 확정됐다. 주러시아 미국 대사와 국무부 부장관 모두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설리반은 지난 9월 주러시아 대사로 지명됐는데, 그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30일 열린다. 비건 대표의 인사청문회가 언제 개최될지는 확실치 않다. AP통신은 외교 현안이 많아 국무부 부장관 자리를 채우는 것이 이전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건 대표는 당초 9월 중순 국무부 부장관에 기용될 예정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소용돌이에 국무부가 휘말리면서 비건 대표의 인사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국무부 전·현직 당국자들은 줄줄이 하원 탄핵 조사위원회에 불려가 증언하는 실정이다. AP통신은 설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도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건 대표가 국무부 ‘넘버 2’로 승진하는 것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과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를 겸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 대표로 북한을 자주 접촉했던 비건 대표는 많은 정보를 갖췄으며 평도 두루 좋았다”면서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해 북한 문제를 관여할 경우 북·미 협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도 많은 인맥을 구축한 비건 대표가 한·미 관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는 자리”라면서 “북·미 협상에 헌신적이었던 비건 대표가 자리를 옮길 경우 북·미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