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갈등해결 초안 마련” 보도… 한국 “사실 아냐”

입력 2019-10-29 00:02
일본 정부가 한일 갈등 타개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참가하는 방안의 초안을 마련했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 안은 그러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모두 끝났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사카=뉴시스

교도통신은 복수의 한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일 정부가 한일 갈등 상황 수습을 위한 합의안 검토에 착수했다며 경제기금 설립안(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경제기금 설립안은 ‘일본 측 관계자’가 초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한일 간 협의에서 복수의 안이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안의 핵심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성격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상호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자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면서 일본 기업이 자금을 각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기금에 자금을 내지 않는다.

통신은 이런 안의 배경으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의 최근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지난 24일 TV도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낙연 총리가 ‘지혜를 내자’고 말하고 있다. 배상금이 아니라 미래의 한일 관계를 만들 자금을 내는 쪽으로 협의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정부에 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던 일본 정부가 갈등 해결책 모색에 적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세 변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눈에 띈다.

한국과의 외교를 담당하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는 통신에 “문제해결의 책임은 한국에 있지만, 이쪽(일본)도 지혜를 짜고 있다. 한일 양측이 출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안은 언급한 적조차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간 한국과 일본 당국 간 논의 과정에서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가운데, 피해자와 양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데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하에 일본 외교당국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당국이 이 안을 제안한다해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교도 통신은 사실상의 배상을 얻고자 하는 한국과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입장 사이 차이가 커서 협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합의안 작성을 위한 의견 조정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국장과 다키자키 국장은 지난달 20일에 이어 지난 16일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를 한 바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