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의 끊이지 않는 화재에 국내 ESS 시장이 활기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암흑기였던 국내 ESS 시장은 3분기에도 실적 회복을 하지 못했고 업계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시장 악조건에서 ESS 화재는 지난 두 달 여간 5건이 더 발생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에도 삼성SDI,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국내 ESS 매출 실적은 저조하다. LG화학은 지난 25일 진행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SS용 배터리의 국내 매출은 3분기까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며 “내년 국내 매출도 성장이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9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 실적도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1분기 삼성SDI는 국내 ESS 수요가 급감하며 자동차 배터리 판매 증가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매출이 전분기보다 7.9% 감소했다. 7월 열린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ESS 안전성 강화대책 발표(6월) 이후 ESS 사업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것이다.
업계는 신뢰도 회복을 위해 앞 다퉈 추가적인 화재 원천 차단 대책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삼성SDI는 최근 자체 개발한 ‘특수 소화 시스템’을 내놓고 배터리 화재 상황에서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연까지 선보였다. 기존 배터리에도 고전압·고전류를 차단하는 3중 안전장치가 있지만 화재를 막지 못하자 소화 시스템을 추가한 것이다. LG화학도 ‘화재확산 방지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 결함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원인규명이 없다면 신뢰도 회복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종합 대책과 업계의 노력에도 화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경남 하동군의 태양광발전설비의 ESS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27일 오후 4시51분쯤에도 경남 김해의 한 태양광발전설비 ESS에서 불이 났다. 이 곳에는 각각 LG화학, 삼성SDI 배터리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는 “해당 사이트는 “고전압·고전류를 차단해주는 퓨즈 등이 설치된 1단계 안전대책만 적용된 곳”이라며 “현재 순차적으로 국내 모든 사이트에 특수 소화 시스템을 2단계 안전대책으로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 경남 하동군의 ESS에는 LG화학이 안전대책으로 내놓은 IMD(절연에 이상 발생 시 전원을 차단시켜 화재를 예방하는 장치)가 탑재된 상태였다. LG화학 측은 “IMD가 있더라도 배터리 외부에서 불이 났을 경우 이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며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지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ESS 누적 화재는 28건이 됐다. 올 6월 정부의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 발표 이후로는 5건이 추가 발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