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책임론’ 번지자 당 분위기 수습 주력

입력 2019-10-28 18:06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혼란한 당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표창원 의원과 면담하고 당내 여론을 추스렸다. 동시에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면서 내년 총선 준비 체제로 본격 돌입했다.

이 대표가 지난 22일부터 3박 5일간 러시아를 다녀오는 동안 당 안팎에선 쇄신론이 잇따라 나왔다. 표창원 의원이 민주당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는 첫 불출마 선언을 했고, 이철희 의원은 이른바 ‘조국 정국’을 지나며 느낀 당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지난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김해영 최고위원과 박용진 조응천 의원 등 소장파 초선을 중심으로 국면 전환 촉구 및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불출마 선언을 한 두 의원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이들의 불출마 선언에 “얼마나 상심이 크면 그랬겠냐. 이해한다”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정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불출마 자체를 만류하진 않았다고 한다.

두 의원은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혁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쇄신·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20·30세대 젊은 층의 호응을 더 받는 정당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두 사람의 요구에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내년 총선이 중요한데 총선에서 국민의 마음에 보답해드려야만 문재인정부 마지막까지 잘 해낼 수 있다”며 “그것을 위해 당연히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부에서 ‘조국 국면’을 지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갈등이 전면적으로 표출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당장 오는 3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고, 당 대표가 변화된 메시지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섣부른 지도부 책임론은 내부 분란만 일으킬 수 있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아직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이해찬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대표직 사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의원들은 노무현정부 시절 당내 분열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던 기억을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공유하고 있다. 백혜련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판적인 목소리와 자성이 함께 어우러져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전 열린우리당 시절에 이런 목소리가 당을 파괴하는 현상으로 나간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경계하는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내년 총선 전략과 홍보 등을 총괄할 총선기획단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총선기획단은 사무총장인 윤호중 단장의 주도로 공약 개발·전략·홍보·기획을 담당할 하부 기구를 설치하고 본격 활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분출하는 ‘쇄신론’에 응답해 즉각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건 결국 새로운 인재영입 등 총선에서의 ‘인적 물갈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인적 쇄신이 쉽지 않은 만큼, 총선 준비 과정에서 새 인물 영입 등을 통해 쇄신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