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돼… 베트남 英불법이민 계속될 것” 2년전 영국 온 베트남인

입력 2019-10-29 04:00
사진=스카이뉴스 웹사이트 캡처

베트남인 A씨(20)는 베트남 북부에서 화물차를 타고 2017년 영국에 도착했다. 그는 여전히 불법이민자 신분으로 영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최근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에식스주 한 산업단지의 화물트럭 냉동컨테이너에서 발견된 시신 39구 가운데 다수가 베트남인이라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면서도 “베트남에는 없는 기회가 이곳에 있다. 이민 행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28일(현지시간) A씨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베트남에서의 생활은 정말 나빴다. 탈출을 시도하다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영국의 한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그는 “당시로서는 영국에 오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며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영국으로 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베트남에서는 죽을 예정이었다”며 “영국으로 가는 도중에 죽어도 상관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A씨의 이야기가 드문 일이 아니라며 현재 영국은 돈을 벌기 위해 끔찍한 여행을 한 베트남인 수천명의 집이라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네일샵이나 음식점, 불법대마초 산업 등에 종사한다고도 전했다.

앞서 베트남 시민네트워크 ‘휴먼 라이츠 스페이스’가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26세 여성 팜 티 짜 미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이번 냉동컨테이너 집단사망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 중 하나다. 짜 미는 트럭이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가던 때에 “엄마 아빠 미안해. 외국으로 가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둘 다 사랑해.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아. 미안해 엄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짜 미는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뒤 이후 프랑스를 통해 영국으로 들어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짜 미의 가족은 이를 위해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한 달에 약 400달러(약 47만원)밖에 벌지 못했지만 딸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모아 영국행을 지원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영국 내무부는 지난해 베트남인 121명이 브로커를 통해 영국으로 입국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 2월 공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대부분이 밀입국자로 이들의 정보가 문서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에식스 경찰은 지난 23일 잉글랜드 남동부 에식스주에 있는 한 산업단지의 화물트럭 냉동 컨테이너에서 39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시신은 남녀 각각 31명, 8명으로 최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동사나 질식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앞서 이들 모두를 중국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 다수가 베트남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