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의 경제학’…돼지고기 가격 급락에도 보쌈 비싼 이유는

입력 2019-10-28 17:11 수정 2019-10-28 17:11
배추·무 재배 면적 급감에 김치 가격 급등 예고
농식품부 “비축·수매해 대응하겠다”


돼지고기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보쌈’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보쌈에 곁들이는 김치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추·무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데다 잦은 태풍으로 생산량마저 감소한 탓이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평균 2716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 30.6%나 급락했다. 생산원가(㎏당 4200원)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소매가격도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같은 날 기준으로 냉장 삼겹살 소매가격은 ㎏당 평균 1만771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떨어졌다.

돼지고기 값 하락의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계절 요인이 있다. 보통 돼지고기 소비량은 휴가철인 여름에 급증했다가 가을·겨울로 넘어오면서 점차 하락세를 그린다.

여기에다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지난달 17일 첫 발병이 확인된 이후 중북부지역에서만 돼지 28만8877마리가 수매·살처분 대상에 올랐다. 이처럼 공급이 줄어드는 데도 가격이 내리고 있다. 인체에 영향이 없는 데도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돼지고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산업 붕괴 우려에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는 중”이라고 전했다.


돼지고기와 달리 김장철을 앞둔 배추·무 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예고한다. 통계청은 가을배추와 무 재배 면적을 조사했더니 전년 대비 각각 17.6%, 12.3%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가격 약세가 이어지자 농민들은 재배 면적을 줄였다. 배추의 경우 최근 3차례 태풍과 잦은 비로 병충해 피해도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밑둥썩은병, 뿌리흑병, 무름병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배 면적 감소는 생산량을 끌어내려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올해 가을배추와 무 생산량은 평년과 비교해 각각 21.0%, 18.0% 줄어들 전망이다. 벌써부터 가격 오름세가 심상찮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배추 1포기 가격은 평균 5710원으로 평년(2865원)의 2배 수준이다.

본격 김장철에 접어드는 다음 달에도 가격 급등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올해 김장 비용이 가구당 평균 30만원 안팎에 이른다고 예측한다. 지난해(27만원)보다 10.0% 정도 오르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7000t, 무 4000t을 수매·비축해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