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일 갈등 현안에 여전히 “韓이 대응해야” 책임 떠넘겨

입력 2019-10-28 16:04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 행사를 계기로 이낙연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에 회담이 이뤄졌지만 일본은 여전히 한국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일관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일본 측에도 변화가 있는가’라는 아사히신문 기자의 질문에 “어제도 말했지만 여러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일관된 입장으로 계속해서 한국 측에 ‘필사적인’(懸命な)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스가 장관이 거듭 강조한 ‘일관된 입장’이란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의무를 졌으니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결책은 한국 정부가 마련하라는 것이다. 일본은 그간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상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문구를 근거로 일본의 배상 의무가 없음을 주장해왔다.

이날 회견에서는 스가 장관이 전날 발언한 내용을 두고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전날 다케나카 헤이조 전 총무상 등과 함께한 한 패널 토론회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주된 요인으로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의 대응에 변화가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 변화의 일환으로 한일 간 대립 상황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든 ‘타협(話し合い, 또는 대화)’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선 발언의 의미를 묻자 “한일 관계의 어려운 상황은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를 의미)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한국 측의 부정적 의견이 잇따라 초래된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이어 “여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관철해 계속해서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진 ‘한국 측의 어떤 부분에서 대화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24일 이뤄진 양국 총리 간 회담을 언급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이 회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나가자는 취지로 언급하자 상대방(이 총리)이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그의 발언은 한일 외교당국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본인의 판단을 담은 말이라는 것이다.

스가 장관의 전체적인 발언의 의미는 양국 총리 회담을 계기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대화의 초점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연내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때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은 현시점에서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외교 루트를 통해 조정되고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가정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