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도 국민도 “한국이 입장 바꿔야만 관계 개선”

입력 2019-10-28 15:52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식을 계기로 한·일 총리 만남이 이뤄졌지만 일본 정부와 여론은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기존 입장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양보를 해서라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답변이 69%였다고 28일 보도했다. 전달에 이뤄진 조사의 67%에 비해서도 높아진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난 24일 이뤄진 양국 총리간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양국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도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대응책 제시를 두번에 걸쳐 요구하기도 했다.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답변 비율은 아베 신조 총리 내각 지지층(75%)에서 비지지층(64%)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8월 30일~9월 1일 진행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 ‘관계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답변 비율이 이번과 비교해 2%포인트 낮은 67%였던 점에 비춰보면 일본 내에서 양보 없는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조금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아베 신조 내각은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방일한 이낙연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청구권협정을 한국이 지켜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두 번이나 되풀이했다. 청구권 관련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해 “(국가간 약속을 어기고 있는 현 상황을 바꿀) 한국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의 경우 전날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든 ‘타협’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전까지 펼쳤다. 마치 한국 정부가 먼저 양보할 것처럼 보인다는 식이다.

일본 언론의 한국 때리기는 이날도 이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욱일기 금지 및 후쿠시마원전 관련 방사능 위험성을 강조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인질’로 삼아 수출규제 철폐를 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은 지난해 평창올림픽 때도 한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욱일기 관련 언급이 없었으며 당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해 올림픽에 정치를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동북아 안정을 위해 한국과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은 46%로 필요없다는 36%에 비해서도 높게 나타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한일 군사정보보안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중단에 따른 위기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닛케이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부를 이끌 총리로 적합한 인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20%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18%가 지지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차지했고, 아베 총리는 16%의 지지로 3위에 머물렀다. 상위 3명의 순위는 닛케이가 진행한 이전 5차례의 조사 결과와 같은 것이다. 닛케이는 지지층을 연령대와 성별로 보면 아베 총리는 젊은 층, 이시바 전 간사장은 노년층, 고이즈미 환경상은 여성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