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그다디 사살 두고 뒷말 무성… “트럼프, 작전에 방해만 돼”

입력 2019-10-28 14: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을 자기 업적으로 띄우고 있지만 뒷말도 무성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 사살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면서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작전에 나선 현장 요원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부담감만 가중했다는 것이다. 알바그다디 사살 당시 백악관 상황실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두고서도 연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중앙정보국(CIA)과 특수부대가 알바그다디 은신처를 포착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정보·군사·대(對)테러 분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정보 당국자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바그다디 사살이 최우선 목표임을 알리는 데 노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강행하면서 정교하게 짜였던 작전 계획이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국방부 관리들은 알바그다디 사살 작전을 서둘러 추진해야 했다고 한다. 철수 결정에 따라 현장 요원과 스파이, 정찰기 등 각종 자산이 작전 지역에서 사라져버리기 전에 일을 끝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알바그다디 사살에 방해가 된 셈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알바그다디 사살에 성공했던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백악관 상황실에 둘러앉아 알바그다디 사살작전을 지켜보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잡음을 일으켰다. 사진 공개는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8년 전 백악관은 빈 라덴 사살작전 성공 직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전속사진가로서 상황실 사진을 찍은 피트 수자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연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바그다디 사살작전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26일 오후 3시30분쯤 개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해당 사진에 저장된 촬영시간은 오후 5시5분24초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석에 자리를 잡고 모든 등장인물이 정장 차림으로 경직된 자세를 취한 것도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8년 전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해 사진 속 인물들 대부분이 편안한 일상복 차림이었다. 상석에는 실무 총책임자인 마셜 웹 공군 준장이 앉아있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테이블 좌석조차 얻지 못해 바로 옆 좁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두 장의 사진이 보이는 큰 차이점은 두 대통령과 관련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지도부에는 알바그다디 사살과 관련해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서는 정작 러시아 정부와는 정보를 공유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 지도부가 아니라 러시아가 먼저 통보를 받은 알바그다디 사살작전 관련 내용을 하원에 보고해달라”며 백악관에 설명을 요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