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가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한 직접적 사과 없이 ‘공정’의 가치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시정연설에서 “공정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절감했다”면서도 조 전 장관을 언급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으로 인해 빚어진 사회적 갈등에 대해 거듭 사과하기보다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모두 ‘검찰개혁’을 앞세워 에둘러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4대 개혁’을 내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몇 달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혼돈과 마주해야했다”며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특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그간 국민들이 느낀 불공정을 거론하며 “법 앞에서의 불평등”을 가장 먼저 내세우고는 “검찰 특권부터 없애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先)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역설하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사도 죄를 지으면 처벌받는 세상이 온다”고도 했다.
오히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사청문회 제도도 전면 혁신할 때가 됐다. 후보는 실종된 채 가족 청문회가 되고 정책과 능력 검증은 사라진 채 수많은 의혹이 부풀려지고 신상이 털려나가는 비인간적, 비인격적, 비인권적 청문회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조 전 장관 딸 문제가 수시제도의 문제점을 본격 공론화하는 계기였지만 이에 대한 유감 표시 없이 이 원내대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청년들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엄마 찬스, 아빠 찬스로 불리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민생이 실종된 국회에 자유한국당 책임을 묻는 대목에서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긴급한 경제현안을 상임위원회에 묶어두고 ‘오직 조국’만 외쳤습니다”며 “오죽하면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국회리스크’ ‘야당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당에 화살을 돌렸다.
앞서 지난 22일 문 대통령 시정연설 발언도 “공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며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조 전 장관 사태에 절반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여당의 통렬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사태를 맞으면서 민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한 행태를 보고 (초선 의원들이) 정치 혐오를 느끼고, 한국당은 발목 잡고, 민주당은 이끌어갈 힘이 없고 청와대는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사태에서 국민들이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인정해야 된다고 본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