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책임론’ 반대한 표창원 “당 수습 하고 혁신 이끌어야”

입력 2019-10-28 11:02
다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또 “총선 불출마는 절대로 번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표 의원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겪은 국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타협한 끝에 합의해 법을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며 “늘 그렇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이) 뒤에서는 손잡고 하하거리고 앞에서는 서로 얼굴 붉히고 소리를 질렀다. 대단히 유치했다”며 총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표 의원은 먼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도부가 문자메시지로 내리는 지령에 따라 태도가 바뀌었다. 저분들하고 얼굴 붉히고 싸우는 제 모습도 그렇게 바뀌었다”며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건가(생각이 들었다). 좀비한테 물려서 점점 좀비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최악의 국회라고 느낀 결정적인 장면이 있나’라고 묻자 표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상황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비판·비난할 수 있고, 극단적인 주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절차를 너무 많이 어기시더라”며 “예를 들어 의사 진행 발언이나 자료 제출 요구는 의장과 위원장에게 하도록 국회법에 명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장·차관 등 증인을 불러놓고 개인적인 심문을 자꾸 하더라. 아무리 말씀드려도 다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의 월권적 기능을 개혁하기로 여야 간 합의해놓고 법사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 줬는데 개혁을 전혀 하지 않더라”며 “스스로 법을 지키지도 않고 절차도 안 지키면서 국민 또는 다른 공무원들이 조그마한 절차적 위반을 저지르면 호통치고 엄벌하더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국회가 더욱 유치해졌다”고도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께 ‘우리가 이렇게 해서 뭘 얻겠습니까’라고 말씀드리면 민주당은 과거에 더했다는 말씀이 돌아온다”며 “이분들이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에 복수심을 느끼고 계시더라. 아울러 박근혜 정권 탄핵 때처럼 우리 정권을 탄핵해야만 균형을 잡는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똑같이 당해야만 (유치한 정치가) 없어지는 건가. 자괴감이 든다. 합리적인 대화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제4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가운데 의원들이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표 의원은 같은 당 동료의원들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가까스로 지지율 40%를 끌어가면서 총선에서 어떻게든 과반만 얻으면 된다는 건 잘못된 태도”라며 “잘못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책임을 느끼는 분은 각자 형태로 책임감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 각자 인식하는 방향에 따라 쇄신과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이 제기한 ‘이해찬 대표 책임론’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표 의원은 “지도부가 언제나 결과적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며 “지금 당장이라도 수습을 하고 인적 혁신을 포함한 혁신과 개혁하면서 책임을 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느낄 곤혹스러움을 이해한다”며 “지금 당장 지도부를 성토할 때인가. 문제를 반추하면서 함께 해법을 모색할 때인가. 이 질문에는 의견이 좀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인터뷰 말미 “불출마 철회는 절대로 없다”며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그는 “저를 붙잡으시는 (동료 의원들의) 마음은 너무 감사하다. 저를 과대평가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여름부터 가족 간의 회의를 거쳤다. 제가 책임을 혼자 지기 싫어서 (가족과) 함께 결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