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를 주도한 배후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작전을 주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긴장한 표정은 같았지만 이밖에 모든 것이 달랐다. 앉은 자세와 옷차림, 참모진 배치 위치까지. 두 작전은 약 8년6개월 차이를 두고 벌어졌다. 모두 성공했지만 사뭇 다른 상황실 풍경에 미묘한 반응이 나온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 사망을 공식확인하고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는 특수부대의 모습을 주시하는 백악관 상황실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 트럼프는 정중앙에 앉아있다. 정장에 타이까지 착용한 모습이다. 그는 집중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트럼프를 중심으로 좌우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배석했다. 이들 모두 정복을 착용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경직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백악관이 상황실 사진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1년 5월 오바마 행정부 당시 화제를 모았던 빈라덴 사살작전을 지켜보는 상황실 사진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약 8년전 오바마와 그의 참모진이 상황실에서 빈라덴 사살작전을 살펴보는 사진이 공개됐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바마를 포함해 조 바이든·힐러리 클린턴 등 당시 외교안보팀 주요 인사들의 긴박한 순간을 포착했다는 이유다.
8년 전과 지금은 확연히 달랐다. 자리 배치가 대표적이다. 오바마는 자신이 최고 군통수권자임에도 정중앙 자리를 군 참모진에게 내어줬다. 실무자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분위기도 달랐다. 오바마 행정부 상황실에 있던 참모진 대부분은 간단한 셔츠 차림이었다. 오바마도 정장을 입지 않았다. 팔짱을 끼거나 자연스러웠다. 앉고 싶으면 앉고 서고 싶으면 섰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듯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상황실 사진 두 장은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며 “그것은 대통령 두 명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두 개의 위험한 군사작전과 백악관의 극적인 순간이 있었다”며 “하지만 두 장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대통령의 스타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상황실 사진은 연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상황실에 인터넷 케이블이 여러개 놓여있으나 어느 것도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사진을 살펴보면 빨갛고 노란 케이블 여러개가 중구난방 자리하고 있다. 언론과 여론은 대통령과 참모진이 군사작전 시작단계부터 지켜본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인 오후 늦게 모여 급하게 사진을 촬영한 것 같다는 주장을 내놨다.
백악관 전속 사진가였던 피터 소우자는 “이번 군사작전은 워싱턴 시각으로 오후 3시 30분에 이뤄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실 사진) 촬영 시각은 오후 5시 5분 24초”라고 주장했다. 미군이 작전에 돌입하고 나서 약 1시간30분 이후에 사진이 촬영됐다는 의미다. 그러자 트럼프는 “전날 오후 5시경 상황실에 모였고 그 이후 공격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피터 소우자는 약 8년 전 빈라덴 사살작전 당시 오바마 행정부 상황실을 촬영했다.
트럼프가 오바마의 공은 폄하해놓고, 자신의 업적만 치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는 이번 작전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 바그다디의 죽음이 빈 라덴의 사망보다 더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빈라덴 사살은 미 해군 특수부대가 한 것이지 오바마의 공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