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울린 G2의 너구리덫

입력 2019-10-28 04:14 수정 2019-10-28 04:18
라이엇 게임즈 제공

G2 e스포츠(유럽)가 ‘너구리’ 장하권을 얌전하게 만들었다.

G2는 2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팔라시오 비스탈레그레 경기장에서 열린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전에서 담원 게이밍(한국)을 세트스코어 3대 1로 꺾어 4강에 진출했다. 담원의 탑라이너 장하권을 시종일관 괴롭힌 게 결정적 승리 요인이었다.

다수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이날 장하권은 G2의 설계된 다이브, 매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는 G2 미드라이너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의 한발 빠른 로밍, 정글 시야 장악을 바탕으로 한 급습에 연신 흑백화면을 맞이했다.

G2는 노련한 사냥꾼 같았다. 흉폭한 맹수를 길들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대1이 안 되면 1대2, 1대3으로 제압하면 된다는 것을 그들은 온종일 반복해서 보여줬다. 올 한 해 동안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탑라인을 호령했던 생태계 교란종이 4세트 만에 힘을 잃고 쓰러졌다.

G2의 다이브 설계는 정직하면서도 치밀했다. 장하권이 이렐리아를 고른한 4세트에는 4연속 다이브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얀코스’ 마르친 얀코프스키(그라가스)와 ‘캡스’(야스오)는 출석 도장을 찍듯 귀환 직전, 라인 복귀 직전 탑라인에 들렀다.

장하권이 1세트 중반 바텀 라인을 푸시하는 과정에서 G2 2인에게 허를 찔린 건 이날 경기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팀 내 유일한 스플릿 푸셔를 잃은 담원은 내셔 남작과 바텀 억제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이들은 긴 시간 대치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아무런 소득 없이 억제기를 내줬다. 해당 세트 패배의 스노우볼이 됐다.

큰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장하권은 마드리드에서의 아픔을 거름 삼아 더욱 발전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지만, 2019년은 장하권의 1부 무대 데뷔 연도였다. 그는 아직 어리고, 미숙한 선수다. 장하권과 담원의 성장판은 여전히 열려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