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이후…부자들이 담배 더 끊었다”

입력 2019-10-28 04:00

정부의 담뱃값 인상정책이 서민보다 부자의 금연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 상대적으로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분석인데 담뱃값 인상 정도가 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상, 중상, 중, 중하, 하 등 5단계로 구분했을 때 소득이 가장 많은 ‘상’의 경우 1998년 63.7%에서 2018년 31.0%로 흡연율이 32.7% 떨어졌다. 반면 소득이 가장 적은 ‘하’는 같은 기간 70.0%에서 40.1%로 감소폭이 ‘상’보다 작았다.

성인 여성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소득수준 ‘상’인 성인 여성의 흡연율은 1998년 4.9%에서 2018년 3.2%로 줄은 데 반해 소득수준 ‘하’의 흡연율은 10.2%에서 10.7%로 되레 늘었다. ‘중하’에선 흡연율이 6.7%에서 10.6%로 4%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복지부는 “소득수준이 높으면 건강에 관심이 많고 그만큼 투자도 많이 한다”며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 담배를 끊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복지부는 또 담뱃값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데에서 원인을 찾았다. 담뱃값 인상은 통상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효과가 큰 정책인데 우리나라 담뱃값이 여전히 낮아 저소득층의 금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지난 2015년 2000원 올려 평균 4500원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1위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뱃값 인상정책은 한 번으로는 효과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걸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