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부모 먼저 생각한 ‘효녀 챔피언’

입력 2019-10-27 21:05 수정 2019-10-27 21:06
장하나가 27일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제공

장하나(27)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회원 자격을 회복할 기회를 얻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LPGA 투어 복귀에 대해 어머니의 건강과 아버지의 고령을 이유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27일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폐막한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재미동포인 절친 대니얼 강(한국명 강효림·27)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했다. 나란히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해 넘어간 연장은 세 차례나 진행됐다. 마지막 3차 연장에서 장하나는 버디를 잡아 파를 친 대니얼 강을 따돌렸다.

장하나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2017년 호주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에 투어 통산 5승을 수확했다. 그해 LPGA 투어 생활을 중단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돌아와 활동하고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에 복귀할 기회를 얻었지만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 아버지도 연세가 많다. 부모님과 고민하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장하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27일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트로피를 놓은 단상에 앉아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제공

장하나 일문일답

-우승한 소감은?

“최고의 대회에 맞는 승부를 펼친 것 같아 기쁘다. 절친한 대니얼 강과 멋진 승부, 재밌는 승부를 펼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최종 4라운드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는가.

“위기가 두 차례 찾아왔다. 14번, 16번 홀에서 위기였다. 16번 홀에서 어려운 파 퍼트에 성공한 뒤 17번 홀에서 친 샷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왔다. ‘운이 오늘 나에게 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번 홀 이글 덕에 힘을 내 칠 수 있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발목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노련하게 플레이한 것 같다.”

-LPGA 투어로 다시 갈 생각이 있는가.

“고민해 보겠다.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좋은 편도 아니고, 아버지의 연세가 많다. 부모님과 함께 고민하고 꼭 말씀드리겠다.”

-대니얼 강과 절친인데 미안한 마음이 있었나.

“좋은 친구지만 막상 (코스에) 들어서니 좋은 라이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경쟁하며 지냈다. 미안한 감정보다는 대니얼 강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니얼 강에게 어떤 말을 건냈는가.

“선수 생활을 17년 정도 하면서 나에게도 그런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잘 알고 있다. 위로의 말은 의미가 없다. 그냥 수고했다, 잘했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이런 말 정도면 충분하다.”

-우승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가. 또 앞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11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성공했을 때 ‘흐름이 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미래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장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상반기와 하반기가 달라졌다. 계기가 있다면?

“올 시즌 목표로 삼았던 우승이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꾸준한 한 해를 보내고 싶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잘됐지만 하반기에 잘하지 못했던 것이 보약이 됐다. 올 시즌 초반에 또 좋았다. 그런(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2승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욕심나는 타이틀이 있는가.

“타이틀 욕심이 강하면 다음주 투어 출전을 결심했을 것이다. 행복한 골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휴식을 갖는 게 옳다고 부모님과 이야기했다. 마지막 대회를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김철오 기자, 기장=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