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촉발한 시위로 시민들과 정부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아가는 가운데 영화 ‘조커’가 시위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조커 분장은 시위에 참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정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조커’는 홍콩에서 광대를 뜻하는 ‘샤오초우(小丑)’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개봉한 이래 홍콩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개봉 날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는 포털 사이트 야후 홍콩의 검색 순위 상위권을 장식하기도 했다.
영화를 본 홍콩 네티즌은 “영화 속 조커는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한다. 조커는 ‘혁명’이다” “영화 끝에 등장한 복면 데모 장면이 우리와 같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영화 개봉 후에는 시위대에 ‘조커’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홍콩 일간 빈과일보는 복면금지법에도 ‘조커’에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광대 분장을 하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커가 사람들에게 저항의 상징이 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조커가 홍콩 현실과 맞물려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BBC가 보도한 사진에는 시위 현장으로 보이는 지하철역에 화재가 일어났고 그 뒤로 조커의 얼굴이 크게 보이는 포스터가 보인다. 마치 조커가 홍콩 시위현장을 다녀간 듯한 장면이다.
중국에서는 영화 ‘조커’가 개봉되지 않았다. BBC는 중국이 “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불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실제 영화 ‘조커’와 같은 모방범죄가 일어날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