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되자 홍콩 경찰이 시위 대응을 위해 1000여명의 퇴직 경찰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가 시작된 이후 21주째 주말 시위가 이어졌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시위 장기화에 따른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다음 달부터 1000여 명의 대규모 퇴직경찰 채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찰은 이미 지난 8월부터 일부 퇴직 경찰 채용을 시작했다.
경찰 소식통은 “새로 채용된 퇴직 경찰들은 시위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CCTV 영상 분석 작업 뿐 아니라 필요시 시위 진압 현장에도 투입될 수 있다”며 “이들의 경험과 능력을 고려해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경찰관은 보안 분야나 사이버 보안, 기술 범죄국 등 인력이 필요한 전문 부서에 근무할 수도 있다.
경찰은 최근 퇴직했거나 내년 3월까지 퇴직하는 2000여명의 경찰관 중 절반 가량인 1000여명을 다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이들의 채용 기간은 2년 6개월이며, 일주일에 48시간 일하는 임시직 경찰로 근무하게 된다. 다음달 초 채용공고를 내고 내년 3월 말까지 재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채용된 퇴직 경찰관 20명 가량은 다음달부터 다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전직 경무부처장 앨런 로가 6개월 시한의 임시 직책인 ‘특별직무 부처장’으로 재기용돼 시위 진압 등의 임무를 맡았다. 그는 2014년 ‘우산 혁명’을 강제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총 인원이 3만여명인 홍콩 경찰은 송환법 반대시위 장기화로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려왔다.
홍콩 시위대는 곳곳을 옮겨다니며 시위를 하는 ‘게릴라식 전술’을 펴는데다 보도블럭이나 화염병 등으로 경찰에 맞서고 상점과 점포, 지하철역 등을 무차별 파손·방화해 경찰의 대응을 어렵게 했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 2700명 가량이 경찰에 체포됐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사된 최루탄은 5000발이 넘는다.
홍콩 시민들은 21주째 시위를 이어갔다. 26일에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 분야 종사자 1만여 명이 홍콩 도심인 센트럴에서 경찰 폭력 규탄 집회를 열었다. 27일에는 침사추이와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완차이와 코즈웨이베이 등 거리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이며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한편 다음달 24일 실시되는 구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한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의 후보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슈아 웡은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 선거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홍콩 선관위는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을 문제삼아 그의 출마 자격을 결론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조슈아 웡은 전날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회신을 보내 “나와 데모시스토당은 민주자결 강령을 통해 홍콩독립을 정치적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