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前실장 “예스맨 기용하면 탄핵” 발언에 트럼프 ‘발끈’

입력 2019-10-27 17:29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사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기 후임자로 ‘예스맨’을 기용할 경우 탄핵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전 실장이 사임한지 1년도 못돼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져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전 실장이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격렬히 반발했다.

켈리 전 실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당시 우리는 내 후임자를 찾고 있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누구든 간에 당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예스맨’을 기용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전 실장은 그러면서 “그게 거의 11개월 전의 일이었다”며 “(지금)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자니 고통스럽다.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거나 나 같은 사람이 대신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켈리 전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언을 서슴지 않는 측근을 하나둘씩 배제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대신 채워 넣으면서 그 역시 직을 내려놨다.

켈리 전 실장의 발언은 현재 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을 겨냥한 것으로도 읽힌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이어 비서실장 대행에 오른 멀베이니 대행은 이민 등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정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베이니 대행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부적절한 언론 대응이 잇따르면서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N에 보낸 성명에서 “켈리 전 실장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그와 비슷한 말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그는 바로 해고됐을 것”이라며 “(켈리 전 실장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활동을 재개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나도 켈리 전 실장과 함께 일을 해봐서 안다. 그는 우리 훌륭한 대통령의 천재성을 보좌할 만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