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임 직전 발표한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이 수정돼 재입법예고됐다. 짧았던 입법예고, 현장 실무와 맞지 않는 내용 등을 지적해온 검찰 비판여론을 수렴한 데 따른 조치다.
검사의 사회 고위층 특별수사 시 고검장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빠지고,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등 관계기관 의견이 수렴돼 수정 보완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을 수정해 재입법예고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제정안이 조 전 장관 시절 마련됐던 애초의 제정안과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검사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학 교수 등을 수사할 때 단계마다 관할 고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가 사라진 부분이다.
애초 3페이지에 가깝게 보고 의무 등이 서술됐지만, 새로운 제정안에서는 “검사는 사건 수사 및 처리를 할 때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신속하고 충실하게 보고해야 한다”는 간단한 문장만 남았다.
“수사관은 수사해도 검사는 수사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논란을 낳았던 ‘형사부 검사 직접수사 최소화’ 규정은 아예 삭제됐다. 종전에는 “형사부 검사는 대상범죄에 대한 고소고발, 수사의뢰, 인지사건을 가급적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에게 범죄 수사가 의무로 받아들여지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2시간 이내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는 ‘장시간 조사 제한’ 규정에는 예외를 규정하는 단서가 달렸다.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국외 출국, 입원, 원거리 거주, 직업 등 재출석이 곤란한 구체적 사유를 드는 경우,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거나 검사가 체포시한 내에 구속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경우 등에는 12시간 이상의 조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다.
애초 제정안이 금지했던 ‘별건수사’는 재입법예고안에서는 표현 자체가 사라졌다. 다만 “수사 중인 사건(본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만으로 관련없는 사건을 수사하면 안 된다”고 적시됐다. 새로운 제정안에는 검찰의 계좌추적 때 금융회사 등에 내리는 ‘통보유예 요청’을 “필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는 지난 제정안에 없었지만 새로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구속 수사는 원래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라며 “그 부분을 재차 강조해 구속에 신중을 기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