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망연자실” 영화 기생충 본 일본 대표 감독의 말·말·말

입력 2019-10-28 05:00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이 기생충에 대해 존경에 가까운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기생충은 내년 1월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 영화 사이트 시네필은 25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일본 유명 감독 8인의 기생충 관람평을 실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어느 가족’으로 봉준호 감독보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1년 먼저 수상했다. 그런 그는 기생충을 본 뒤 “아직 못 본 사람에게 이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는 건 촌스러운 짓”이라며 “‘봐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재밌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아무튼 기생충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영화를)보자마자 속으로 중얼거린 말은 ‘아, 도저히 같은 직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였다”며 “감동을 넘어 무릎을 꿇게 했다. 이건 그야말로 영화라는 범주를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생충은)저술이자 조각이자 회화이기도 하고 건축이기도 하다”며 “늘 언더그라운드에서 세계를 응시하는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으로 이제 현대의 미켈란젤로가 됐다. 분하지만(아쉽지만 혹은 속상하지만) 그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걸작’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현대 영화의 한 도달점. 영화란 이 정도로 재밌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감독의 한 사람으로서 망연자실하게 됐다”고 했다.

재일 한국인 3세인 이상일 감독은 “웃으면서 관람하다가 문득 등골이 오싹해지는 충격으로 전율하게 된다”며 “아득히 저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뒷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쫓아가고 싶다고 나는 생각했다”고 감탄했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역시 “영화 전체가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그의 발끝에라도 닿게 해달라”고 빌었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 역시 사회 병폐를 드러내면서 대중성을 겸비한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사람이든, 영화를 그다지 보지 않는 사람이든 5분 만에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찬사를 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썼고 카타야마 신조 감독도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훌륭한 융합”이라고 감탄했다.

봉준호 감독을 영화인으로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카와무라 겐키 영화 프로듀서는 “밑 빠진 나락으로 처넣는 듯한 충격을 받았고, 위를 올려다보니 거구의 천재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로 존경을 표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