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활동 없이 혈세 8억 펑펑

입력 2019-10-28 04:00 수정 2019-10-28 04: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9일 업로드된 '알릴레오' 유튜브에서 공수처와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위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특별감찰관이 공석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수억원의 예산이 쓰여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교섭단체들이 뒤늦게 국회 몫의 추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정부·여당은 비슷한 성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집중하고 있어, 임명되더라도 시한부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8월 발간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8회계연도 결산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특별감찰관에 배정한 예산은 22억 700만원이다. 특별감찰관 제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건비와 기본경비에 11억원, 감찰 활동 사업 예산에 10억원이 할당됐다. 이중 8억원의 감찰 활동 사업 예산은 집행까지 완료됐다. 지난해 3월 감찰 인력들이 모두 퇴사해 감찰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예산 집행률이 60%에 달한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공석이지만, 특별감찰관 사무실은 3명의 파견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종로구 청진동의 오피스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 임차료는 월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부는 공수처법 처리 여부에 따라 특별감찰관 제도가 폐지될 수도 있는 만큼, 지난해부터 사무실을 3개월 단위로 단기 임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 계약시 시 얻을 수 있는 임차료 경감 혜택이 사라져 29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예결위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정부는 특별감찰관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기간에는 사무실, 차량 등의 운영 규모를 최소화함으로써 예산 절감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뒤늦게 특별감찰관 추천 작업에 돌입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제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고 각 당에서 1명씩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키로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논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이번주에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추천 작업이 다음 주로 밀렸다. 여권은 공수처가 들어서면 자연스레 특별감찰관의 기능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어 관련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추천해도 청와대에서 마땅한 사람이 없다며 임명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계가 입증된 제도인 만큼 딱히 힘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별감찰관 예산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2018년 22억원을 넘어섰던 특별감찰관 예산은 올해 16억 8200만원이었고, 내년도에는 11억 4200만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도 공수처를 염두에 두고 특별감찰관 힘 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특별감찰관은 폐지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야당과 합의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심우삼 박재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