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개발사(史)상 최대 규모의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던 제주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자가 제주도 자본검증위원회가 요구한 자본 조달능력을 끝내 증명하지 못 했다. 환경영향평가 제주도의회 동의 등 남은 절차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를 두고 마을공동목장을 저렴하게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먹튀’가 아니냐는 눈초리와 함께, 사업계획 승인없이 투자금 모집은 원활할 수 없다며 행정의 권한 남용이라는 상반된 목소리도 제기된다.
제주도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위원회는 25일 제주도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오라관광단지 사업자 측의 자본금에 대한 소명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회의에는 자본검증위원 11명 중 9명이 참석했다.
앞서 제주도는 오라관광단지 사업자에 대한 자본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자, 2017년 12월 자본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2년간 네 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이날은 검증위의 실질적인 마지막 회의였다.
검증위는 회의 후 “사업자 측으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듣지 못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달 내 사업자 측이 진전된 내용을 제시하면 의견서에 반영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업자 측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 추진의지는 여전히 있다”면서도 “사업계획이 미확정인 상태에서는 검증위가 제시한 10% 예치 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사업자 측은 자본 조달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했고, 검증위는 사실상 부적격 결론을 내린 셈이 됐다.
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중국 화룡그룹이 2021년까지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오라2동 일대에 마이스복합리조트단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357만5753㎡ 부지에는 각종 회의가 열릴 컨벤션센터를 포함해 워터파크, 골프장, 관광호텔, 휴양콘도, 면세백화점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업자 측은 2000억원을 투입해 오라공동목장 등 사업부지를 매입했다. 사업은 화룡그룹이 지분 100%를 출자해 제주에 설립한 JCC(주)가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 부지가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품고 있는 한라산 턱밑 해발 350~580m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각 제주도 개발사(史) 최대 난개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단체는 오라관광당지 개발사업에 있어 핵심사업부지인 26만㎡가 환경자원총량 1·2등급 지역으로 개발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환경훼손 우려는 투자 자본검증 요구로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는 자기자본비율이 낮고 투자금 조달계획이 부실한 기업에 제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주의 자산인 마을공동목장을 저렴하게 매입해 사업승인을 받은 뒤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주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2%가 자본검증에 찬성했다.
논란이 거듭되자 2017년 5월,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하며 자본검증을 요청했다. 제주도는 같은 해 12월 자본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검증위는 사업자 측에 분양수익을 제외한 자기자본의 10%인 3370억원을 제주도가 지정한 계좌에 예치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개발사업 승인을 전제로 검증위 요구액에 크게 못 미치는 1억 달러(1200억원)를 예치하겠다는 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이어진 25일 제5차 회의에서도 사업자 측의 입장은 같았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제주도 사업승인까지 제주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와 제주도개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남겨 두고 있다. 도의회는 검증위가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앞서 제주도가 요청한 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을 심사하게 되는 만큼 검증위의 부정적인 판단이 도의회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부결하면 사실상 사업 추진은 어렵게 된다.
이번 자본검증위의 판단을 놓고 오라관광단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을 저렴하게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먹튀’가 아니냐는 시선과 함께, 사업계획 승인이 있어야 투자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느냐며 행정의 권한 남용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다음 절차의 공을 쥔 도의회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박원철(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27일 통화에서 “난개발 논란 속에 개발사업을 여러 각도로 들여다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래저래 어려운 입장이 예상된다”며 말을 아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