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프’ 참칭 IS 수괴 美공격에 사망… 트럼프 ‘脫중동’ 가속화할 듯

입력 2019-10-27 15:58 수정 2019-10-27 16:08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군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14년 이라크 모술을 점령하고 자신을 ‘칼리프(이슬람 세계 최고지도자)’라고 참칭한지 5년 만이다. IS는 미군 주도 연합군의 공세로 지난 4월 모든 점령지를 상실하고 유명무실화된 상태였다. 알바그다디가 사망함에 따라 IS 소탕을 마치면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군 특수부대가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에서 비밀 작전을 벌여 알바그다디를 사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CNN과 ABC, 폭스뉴스 등 언론들도 알바그다디 사망 소식을 주요 뉴스로 잇달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종료 직후로 추정되는 시각에 “방금 뭔가 큰일이 벌어졌다!”는 트윗을 남겼다. 다만 알바그다디의 신원을 최종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려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는 즉각 나오지 않았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알바그다디 사살 작전을 승인한 건 일주일쯤 전이다. 이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최고 기밀로 다뤄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는 알바그다디 은신처와 관련한 확실한 정보를 포착하고 이날 작전에 들어갔다고 한다. 알바그다디는 미군 공격을 받자 폭탄 조끼를 자기 몸에 걸치고 폭발시켰다고 CNN 등이 전했다. 미군은 작전 종료 직후 알바그다디가 은신했던 건물을 폭격해 무너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 이라크 출생인 알바그다디는 보수 이슬람 성직자로 활동하다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후 반군 세력에 가담했다. 그는 2005년 미군에 체포돼 2009년까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와 부카 기지에서 수감 생활을 하며 극단주의 성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IS 전신인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 가담한 그는 ‘아미르(사령관)’을 자칭하던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가 숨지면서 후계자가 됐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IS를 선포했다.

알바그다디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역대 최고 현상금이 걸렸던 인물이다. 미 국무부는 2016년 알바그다디에 대한 현상금을 1000만 달러(117억4500만원)에서 2500만 달러(293억6250만원)로 올렸다. 2011년 빈 라덴 사망 당시 현상금과 같은 액수였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IS 선포 이후 최근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며 영상이나 음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이란 등 국가들이 그의 행방을 뒤쫓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알바그다디가 5년 동안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미 사망했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알바그다디는 지난 4월 IS 선포 연설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IS 홍보조직 알푸르칸을 통해 유포된 당시 영상에서 알바그다디는 하얀 방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알바그다디는 지난달 IS 조직 재건과 수감 조직원 구출을 촉구하는 음성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