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젊은 검사들은 ‘인권’에 대해 생각한다

입력 2019-10-27 15:56 수정 2019-10-27 16:02
왼쪽부터 고현욱(36·변호사시험 4회) 전주지검 정읍지청 검사, 남소정(36·1회) 서울동부지검 검사, 이승필(43·사법연수원 41기) 창원지검 검사, 이진순(38·40기) 광주지검 검사 , 박기종(48·30기) 대구지검 인권감독관 [대검찰청 제공]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A씨는 친동생 등 친족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겼다. 친족들은 이 돈을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사용했다. 고현욱(36·변호사시험 4회) 전주지검 정읍지청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파악했다.

고 검사는 A씨를 위해 성년후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성년후견 제도는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후견인을 둬 재산 관련 분야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후견인은 가족, 친척, 친구 외에도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가도 선임될 수 있다. 후견인은 포괄적인 대리권을 갖는다.

고 검사는 후견인으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아 A씨 친족들을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검사와 성년후견인의 도움으로 A씨는 뺏긴 재산을 돌려받는 한편 장애인 복지혜택 및 기초생활수급비도 받게됐다.

이승필(43·사법연수원 41기) 창원지검 검사의 사례도 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피의자에게 한국 사회에 익숙치 못한 베트남 출신 부인과 어린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피의자가 가장이어서 다른 가족의 생계가 우려됐다. 이 검사는 관할 지자체와 협조해 가족들이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긴급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검찰청은 고 검사, 이 검사의 사례를 포함해 4건을 올해 3분기 인권 보호 우수사례로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진순(38·40기) 광주지검 검사는 수갑과 포승줄 등 보호 장비 관련 지침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보호 장비 사용 시 점검하는 방식을 세분화해 일선 수사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남소정(36·1회)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태블릿PC를 활용해 경찰서 유치장에 체포된 피의자와 구속 전 화상 면담을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박기종(48·30기) 대구지검 인권감독관은 전국 14개 지방검찰청에 배치된 인권감독관 중 우수 인권감독관에 선정됐다. 박 감독관은 시각장애인에게 사건 처분을 통지할 때 시각장애인이 인식 가능한 특수 바코드를 부기하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대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검찰에 ‘과잉수사’ 프레임이 덧씌워지고 있지만 일선 형사부 등에서는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더 예민해지고 있다”며 “이들은 검찰이 인권 문제로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많이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인권부는 올해부터 인권 보호 우수사례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우수 사례에 선정되면 차후 인사 과정에 반영된다. 대검 인권부 관계자는 “일선 검찰청의 형사법 집행 과정에서 철저히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수사 관행과 내부 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