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임명한 문병호 최고위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문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왜 손 대표는 당권 지키기에만 열중하고 판짜기에는 소홀하냐”며 손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제3지대 신당을 향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문 최고위원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바른미래당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유능한 수권정당이 결국은 되지 못했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환골탈태시키는 중차대한 역사적 책무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며 “바른미래당을 떠나 더 크고 담대한 통합과 개혁의 길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17·19대 국회의원과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지낸 그는 지난 5월 손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으로 당권파로 분류됐다. 하지만 퇴진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출범 이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통합파를 자처해 왔다.
문 최고위원은 손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의원과 연대 또는 안·유 연대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 단독으로 이끄는 변혁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 “국민이 바라는 제3신당의 마중물 역할을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을 언급하며 최근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당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출범의 핵은 안 전 대표의 복귀 여부지만 당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차기 주자로 내세울 만한 새로운 인물이 없는 것도 문제다. 문 최고위원은 “지금은 안 전 대표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이 없다. 연합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정치인”이라며 “한 사람이 우뚝 설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변혁이 출범 이후 창당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것도 구심점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앞서 유 의원은 12월 신당 창당 카드를 던졌지만 안철수계 의원들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두고도 변혁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정·인적 쇄신개혁 보수 정체성 확립 등을 통합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안철수계 의원들은 보수 통합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