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까지 연쇄살인범 4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1968년에서 70년 사이에 태어나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다. 내년 12월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현재 모습도 공개됐다.
26일 방송된 SBS 특집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악의 정원에서-한국의 연쇄살인범’들이라는 부제로 연쇄살인범 4인에 대해 조명했다. 4인엔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사망), 강호순이 포함됐다. 이들 4명은 10년간 52명을 죽였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은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잔인한 수법으로 시신을 훼손했다. 강호순은 쾌락형 연쇄살인범으로 성적 살인범의 정의 그 자체다. 맨손의 살인마 정두영은 한국형 연쇄살인범의 전형이다. 표면적인 범행 동기는 돈이지만 그 돈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잠재돼 있던 분노가 잔인한 범행으로 드러난 것이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네 명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감정적인 문제를 어딘가에 잔혹한 형태로 표출하려 하고 그 행동에서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는 왜곡된 심리가 있다는 것.
범죄 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정남규가 했던 말 중 나와 피해자는 이 세상의 비극적 희생양이라고 했다”며 “오히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유영철에 대해서도 “검거 당시 여성과 부유층에 대해 잘못을 돌렸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도 “유영철이 불면증이 심하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살인을 저지른 날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틀림없이 쾌감을 느끼는 기간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살인도 중독되는 것일까. 유영철은 15년 전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범인은 이미 사망했거나 아니면 교도소에 수감 중일 것”이라며 “스스로 살인을 멈출 방법이 없다. 살인은 중독이다”라고 말했었다. 이는 이춘재를 정확하게 예상한 발언이어서 화제를 모았었다.
이날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불만과 결핍들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것이 살인이 되면 점점 중독돼 간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교수는 “살인을 시작하면 끊기가 어렵다. 스릴을 만끽하고 싶은 욕망,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스릴을 느껴본 적이 없지 않나”라며 “그래서 좀 더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심화가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지선 교수는 “이들에게 중독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려했다.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 범행이 계획적이고 고의적이고 그것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들였다”고 한 박 교수는 “마지막 순간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단계는 있었지만 이들은 그것을 참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 사람은 각각 시그니처가 있다. 정두영의 시그니처는 오버킬, 즉 지나칠 정도로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정두영은 맨손으로 현장에서 도구를 찾아내 분노를 폭발시켰다. 유영철은 정두영과는 상반된다. 도구를 직접 만들어 범행에 사용한다. 유영철은 도구를 만든 이유에 대해 “개를 상대로 실험을 해봤는데 쉽게 죽지 않더라. 완벽한 범죄를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쇄살인범들의 방도 달랐다. 정남규는 전혀 정리되지 않은 방에서 생활했고 머리맡에 신문들이 쌓여 있었다. 신문엔 자신의 범죄가 담겨 있었다. 정남규는 자신의 기사를 보며 잠이 들곤 했다.
정남규를 수사했던 형사는 “정남규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묻자 미안했으면 그랬겠냐고 반문했다”고 회상했다. 정남규는 살인을 저지르고 며칠이 지나면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고 형사는 전했다. 그는 30대 후반까지 살인에만 몰두하다 2009년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영철은 정남규와 반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서 생활했다. 다만 그의 집에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범행 장소가 욕실이었기 때문이다. 권일용 교수는 “유영철이 욕실로 들어가는 문턱에 대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선이라고 했다”며 “이 선을 넘어가서 살아 나온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사회적 복수를 목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유영철은 정상적인 성관계가 힘들어 사체를 훼손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인에게 강제 이혼을 당하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남성성의 결핍이나 무능력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며 “부자에 대한 복수도 있었다. 1인 테러리스트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강호순과 유영철과의 접견 내용이 공개됐다. 녹음이나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담당 PD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전했다. 접견 신청에 대해 정두영은 거절했고 강호순은 별다른 대답 없이 접견을 끝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유영철은 흔쾌히 제작진을 만났다고 했다. 유영철은 범행을 후회하냐는 질문에 “후회는 하지만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지선 교수는 “자신의 범죄를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유영철은 범죄에 대해 여전히 게임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려고 한다”고 했다.
유영철은 교도관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특권을 누리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제작진에게 “법 위에 살고 있다. 밖에서는 형법을 어겼고 안에서는 형집행법을 어겼다”며 “이 사람에게 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2020년 12월13일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현재 모습도 공개됐다. 이를 본 표창원은 “조두순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했다. 이수정 교수도 “출소하면 바로 재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이춘재를 비롯해 정두영, 유영철의 모습도 공개됐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살이 많이 찐 것 같다”며 “너무 편안한 느낌인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진행자 김상중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 같아 두렵고 불안하다”고 했다.
내년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신원 공개는 확정됐지만 일반 공개는 아니다. 조두순이 살 집 인근에 있는 학부모들에게 우편으로 전달되며 원하는 경우 자신의 신원을 넣고 조회가 가능할 뿐이다.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