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前대통령 추도식, 文정부 성토장…황교안엔 “배신자”

입력 2019-10-26 16:34 수정 2019-10-26 18:4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헌화를 위해 국화를 받고 있다. 2019.10.26 kane@yna.co.kr/2019-10-26 14:13:01/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이 26일 개최됐다.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서 개최된 이날 추도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 전 이사장의 배우자 신동욱 공화당 총재,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총리 등이 자리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김진태·이헌승·김현아·전희경·정태옥 의원과 우리공화당 조원진·홍문종 공동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은 4년 만이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옛 한국당) 김무성 대표가 참석했었다. 한국당 지도부의 추도식 참석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지도부가 ‘보수 통합’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열린 2017년 38주기 추도식에는 당시 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추도식을 찾았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쫓겨났다.

추도위원장인 민족중흥회 정재호 회장은 개식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근대화의 주춧돌을 박고 뼈대를 굳혔다”며 “문재인 정권은 그 공덕을 폄훼하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10.26 kane@yna.co.kr/2019-10-26 14:14:10/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추도사에서 “당신께서 이룩한 한강의 기적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는 자가 당신을 적폐세력으로 공격하며 역사를 뒤집고 있다”며 “당신의 업적, 우리가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따님이자 저와 동년배인 박근혜 대통령은 마녀사냥으로 탄핵되고 구속돼 32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당신의 따님, 우리가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추도사에서 “한국의 보수가 위기에 빠져있다. 기득권에 안주해버렸다”며 “대한민국 역사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혁신적 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발언에 박수로 환호했다. 전희경 의원을 비롯한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추도식 주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크게 붐볐다. 정문부터 ‘문재인 좌파독재 정권이 망친 대한민국.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박근혜·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나란히 담긴 사진을 들고 있는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추도식장 곳곳에서 ‘탄핵 무효’, ‘즉각 석방’을 외치는 모습도 나왔다. 황교안 대표를 향해서는 “배신자”라고 비판했다.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19.10.26 kane@yna.co.kr/2019-10-26 14:19:21/

박근령 전 이사장은 유족 인사에서 “자꾸 소리 지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도 원치 않는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어 ‘황교안 대표와 조원진 대표가 역할·책임 분담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추도식 이후 황 대표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 퇴장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발언대에 서서 추모사를 하지는 않았다. 황 대표는 추도사를 경청하며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기도 했다. 황 대표는 추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정희 대통령께서 어렵던 대한민국의 경제를 되살리는 산업화의 큰 업적을 남겼다”며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 대통령님의 경제 리더십은 본받을 것이 많다”고 했다. 박 전 이사장의 ‘황교안·조원진 역할 분담’ 언급에 대해선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피했다.

나 원내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의 평가를 같이한다는 의미”라며 추도식 참석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로 대한민국이 뿌리째 바뀌려 한다”며 “헌법을 지키는 세력,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세력이 모두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