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발생한 민생고 시위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시위는 이라크에서 3주 만에 재개된 것이다.
민간 기구인 이라크인권 관측소는 25일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이라크 남부를 중심으로 야간까지 벌어진 시위에 참여한 시민 중 최소 40명이 숨지고 2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유전지대인 남부 바스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군경이 최루탄을 쏘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부딪혔다. 바스라, 무타사나, 와싯, 바벨, 디카르 등 남부 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무기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오전에는 평화롭게 시위가 진행되다가 외교 공관과 정부 청사가 있는 그린존 단지에 시위대가 접근하자 군경이 이를 막으면서 충돌했다.
시위는 실업난과 수도·전기 등 기초 공공서비스 부족을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앞서 이달 1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된 시위에서 시민 149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다쳤다. 시위는 정부의 개혁 정책 발표로 다소 잦아들었지만, 후속 조처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재개됐다.
이라크 정부 산하의 진상조사 위원회는 군경이 이달 초 시위를 진압하면서 저격수를 배치해 조준 사격하는 등 과도하게 공권력을 집행했다고 지적했으나 군경의 물리적 진압은 반복됐다.
이라크 내 SNS에선 “이라크는 석유가 많은 나라 중 하나지만 우리는 일자리가 없다. 정부는 부패했다”는 취지의 글을 접할 수 있다. 시위에 참여한 16세 소년은 로이터통신에 “우리가 원하는 건 4가지뿐이다. 일자리, 수도, 전기, 안전”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이다. 그러나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라크 국민 4000만명 가운데 60%가 하루 6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라크의 정치 세력이 서민의 민생고 해결보다 자신의 이득에 따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패로 국부가 제대로 쓰이지 않는 현실에 분노해 시위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란에 우호적이지 않은 일부 서방언론은 이란의 이라크 개입을 더는 참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진압 군경 가운데 친이란 무장세력이 섞여 있다고 전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