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임 경제산업상이 취임 일성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6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신임 경산상은 전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수출 규제를 하는 것에 대해 “군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수출관리를 적절히 한 것인데, WTO 협정 위반으로 제소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WTO 협정 위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일본 입장을 확실하게 주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한국의 지적을 반박하면서 한국을 겨냥한 수출 규제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수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일본 경산성은 지난 7월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이 같은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양국은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무역 분쟁의 첫 단계인 당사국 간 협의를 열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가지야마 신임 경산상은 지역구 유권자에게 비서를 통해 조위금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여 사임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산상의 후임으로 전날 취임했다.
1990년대 제1, 2차 하시모토(橋本)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静六·1926~2000)의 장남인 가지야마 경산상은 이바라키(茨城)현 출신으로, 지방창생담당상 등을 거친 자민당 중의원 7선 경력의 중진이다.
자신의 부친을 정치적 스승으로 여겼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현 관방장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하고, 대표적 보수단체인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와 신도정치연맹 국회의원간담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는 2013년 국토교통성 부상 시절 2차례 참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