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재학생들 양분… ‘정치교사들’ 폭로 모임 대항 단체 결성

입력 2019-10-26 00:20
23일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의 기자회견. 이날 인수연은 학생들의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며 학교 측을 비판했다.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학생모임이 새로 등장했다.

25일 인헌고에 따르면, ‘인헌고학생가온연합’(학가연)이라는 재학생 모임이 전날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정치교사들’ 문제를 제기해온 학생들 모임인 ‘인헌고학생수호연합’(학수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학가연은 먼저 “학수연이 학생들의 의견을 지우고 언론에 거짓을 과장해서 보도한 점, 사실과 다른 왜곡된 부분들을 정정하고자 한다”고 모임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인헌고 재학생들이 받은 비난, 욕설, 초상권 침해 등으로 인한 피해를 정리해 보상받고자 한다. 일부 선생님들의 잘못은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반일 슬로건을 옷에 붙이고 달리도록 강요했다는 학수연 주장에 대해서 ‘슬로건 부착 여부에 관해 교사들이 신경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학가연은 “행사계획서에 따르면 주제는 ‘임시정부수립 100년’ ‘일본 경제침략 반대’ ‘동아시아 평화’였고 이는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던 당시 사회 이슈가 반영된 것”이라며 “슬로건을 달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었다. 2학년 중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상을 받은 학생은 슬로건을 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마라톤 행사 당일 교장의 훈화 이후 교사의 제창에 따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축하한다’ ‘일본 경제침략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각 반의 대표가 앞으로 나와 ‘아이러브 코리아’ ‘미래는 청소년에게, 어른들은 현재를’ ‘대한독립만세’ ‘노 재팬’ 등 슬로건을 읽으면 나머지 학생들이 따라 제창했다는 사실도 이 글에서 확인됐다.

학가연은 특히 1,2학년만 참여한 마라톤 행사에서 벌어진 일을 3학년들이 제보를 받아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몇몇 선생님들의 발언이 일반화되면서 관련 없는 다수의 선생님과 학교가 비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목소리를 내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많다며 페미니스트 프레임을 씌운다. 우리는 남학생, 여학생이 아닌 재학생으로써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라고 말했다.

학수연은 학가연이 이같은 글을 올리기 몇 시간 전 단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내일부터 일부 교사들의 부추김으로 학수연을 폄훼하는 조직적 활동이 시작된다”며 학가연은 자발적인 단체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학수연은 또 이번 사태가 공론화 되자 학교 측이 ‘언론 보도는 왜곡됐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등 방송을 내보냈으며 학수연 대표 김모군과 대변인 최모군을 따돌리고 조롱하는 분위기를 교사들이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치교사들의 부추김과 조장으로 학수연을 조롱하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멋’ 과 ‘재미’가 됐다”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학수연은 정치교사들로부터 인헌고의 정신적 토대가 되는 모든 영역을 지킬 것이다”라고 전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