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총서 “이제 조국 놔주자” “지옥을 맛봤다” 자성론

입력 2019-10-25 18:37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주제 발표 및 철저 조사 목소리도

2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면서 당시 상당한 내상과 정치적 타격을 입었으며,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됐다.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국 사태’에 따른 민심 이반 등 악영향을 우려하는 동시에, 당이 민생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응천 의원은 의총에서 “조 전 장관을 지명한 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공정과 정의, 기회의 평등’이라는 우리 당의 가치와 상치되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이 계속돼 힘들었다”며 “많은 의원이 지옥을 맛봤다”고 토로했다고 의총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조 전 장관이 그만뒀을 때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검찰개혁을 ‘제1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계속 밀어붙이다 보니 조 전 장관이 계속 소환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왜 자꾸 조 전 장관을 소환해야 하느냐. 이제는 조 전 장관을 놔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언했다고 한다.

그는 “조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재판도 계속될 텐데 내용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데미지가 있을 수 있다”며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 의원은 “대통령이 대입 문제를 얘기하고 기업과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는 만큼 당도 민생으로 돌아가자”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공수처를 우선순위로 두지 말고 민생과 외교·안보에 집중하자”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조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난 8월 9일(조 전 장관 지명일) 이후 매우 괴로웠다”며 “왜 아직도 조국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조 장관이 사퇴해서 끝난 줄 알았는데, 조국을 놔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샴푸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져있는 것을 알게 된다”며 ‘조 전 장관 국면을 지나면서 당의 가치가 알게 모르게 떨어졌다. 각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공수처 설치도 잘 밀고 나가야 하지만 민생으로 국면 전환을 해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가 나왔는데 4분기는 더 나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이슈 관리를 하지 않고 민생·경제를 챙기지 못하면 국민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현장에서 말했다.

최근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과 관련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불출마 선언은 당과 더 의논하고 지혜를 모으면 좋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는 이철희 의원. 연합뉴스

탄핵 정국 당시의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관련 성토도 있었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도종환 의원은 군인권센터가 최근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내용을 설명하면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설훈 최고위원은 “새로 밝혀진 내용을 보니 근본적으로는 쿠데타를 시도하려 한 것이다. 당장 모두 밝혀 처벌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이철희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다 조사하고 결론을 낸 문제인데, 정치 쟁점화를 다시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필요한 사실 확인을 해 나가면서도 너무 앞서가지는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