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 은개미의 ‘경공술’… 초당 1m, 볼트보다 10배 빨라

입력 2019-10-25 17:11 수정 2019-10-26 13:00
사하라 은색 개미.독일 울름대 갭처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북부의 모래 언덕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미가 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실린 독일 울름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튀니지 남부 두즈의 모래밭에 사는 사하라 은색 개미(Cataglyphis bombycina)의 이동속도는 초당 1m에 육박한다.

연구진은 한 모래 언덕에서 맨눈으로 식별이 어려울 만큼 빠른 개미 떼를 발견하고 관찰에 들어갔다. 평평한 지역에 은개미를 고성능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이 개미는 4.3~6.8mm에 불과한 다리 길이로 1초에 47걸음을 내달려 85.5㎝를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거리는 자신 몸길이의 108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신장 180㎝인 사람이 1초에 200m를 뛰는 셈이다. 우사인 볼트의 보속(분당 발걸음 수)의 10배나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은개미 걸음이 이토록 빠른 것은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결과다. 은개미는 사하라 사막 한낮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생물들의 사체를 먹잇감으로 삼아 살아간다. 다른 생물과 달리 은개미는 태양 빛을 반사하는 은빛 털을 가지고 있어 열기에 강한 편이지만 기온이 60도가 넘어가면 이들도 버티지 못한다. 즉 모래가 타는 듯 뜨거운 시간에 먹이를 둥지로 가져가기 위해 이처럼 빠르게 달리게 된 것이다.

영상을 분석한 결과 빨리 달릴수록 6개 다리가 모두 땅에서 떨어져 허공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각 걸음 사이에 개미의 발이 땅에 닿은 시간은 7ms(1000분의 1초)에 불과했다.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경공술’이 속도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연구팀을 이끈 엘리자베스 페퍼 울름대 박사는 “사하라 은개미들의 놀라운 이동속도는 부드러운 모래라는 거주지 특성과 기후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생체 역학의 비밀을 밝히는 것 외에도 엔지니어들이 더 작고 빠른 로봇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