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한국 정부와 현대그룹 측에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해 가라며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찾아 “남측 시설물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북한 관영 매체들의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측은 25일 오전 북측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그룹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금강산 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통지문을 보내왔다. 북측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일단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전제로 한 방북 일정과 인원 등에 대한 협의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변인은 “실무적인 문제는 (방북) 인원이나 일정을 통상적으로 이야기한다”며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는 일단 당국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제의에 정부는 주사업자인 현대아산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통해 조만간 답변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정부와 그리고 관련되는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해서 지금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별도의 후속 조치에 대해서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3일 보도된 금강산 시찰에서 “(남측이) 금강산에 꾸려 놓은 시설들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 식이고,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어앉았다”며 “그것마저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하고,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날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해 “금강산관광지구와 정말 대조적”이라며 “적당히 건물을 지어놓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기업들의 건축과 근로인민 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구현한 사회주의건축의 본질적 차이를 종합적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북측의 통지문에 대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금강산관광 사업의 의미를 고려하면서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여기에서 조건은 국제정세 및 남북협의 등 제반 조건과 환경, 국내적 공감대 형성 등”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입장을 밝힘에 따라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우회할 방안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변인은 ‘정부가 창의적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과 협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 가는 과정 가운데서 필요한 경우 한·미 공조 차원에서 검토할 부분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