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 잊었겠지?” 대구 기초의회 슬그머니 해외연수 추진

입력 2019-10-25 16:56
국민DB

지난해 경북 예천군의회 해외연수에서 군의원들이 가이드 폭행, 접대부술집 요구 등의 추태를 부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해외연수를 자제하던 대구 기초의회가 하나둘씩 해외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시간이 지나 사건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자 슬그머니 다시 해외로 떠날 채비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5일 지역 기초의회에 따르면 민부기 구의원의 ‘갑질’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대구 서구의회가 다음 달 공무국외출장을 강행하기로 했다. 민 의원과 오세광 부의장을 제외한 9명이 다음달 6일부터 13일까지 호주·뉴질랜드로 떠난다.

서구의회 측은 “의회에서도 고민이 많았지만 상대국에 대한 신뢰와 위약금 문제가 있어 가기로 결정했다”며 “다녀와서 연수 과정에 대한 보고회를 하는 등 내실 있는 연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구의회 말고도 북구의회 의원 13명이 이달 말 중국으로 5박 6일 연수를 떠날 예정이며 중구의회는 다음 달 초 의원 3명이 독일로 떠난다. 또 달서구의회 의원 9명이 4박 6일(11월12~16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7명이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로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수성구의회 의원 17명도 이달 말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에 가며 달성군의회 의원 8명도 7박 9일 일정으로 동유럽 연수를 떠난다.

해외연수 경비로 1인당 수백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다 연수지가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들이 대다수라 ‘외유’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계획서에는 기존 해외연수와 비슷한 방문, 시찰 일정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외연수가 꼭 가지 말아야 할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관광성 연수로 해외연수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며 “좀 더 구체적인 연수 일정과 계획을 밝히고 다녀온 뒤에도 연수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자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