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그리고 기성세대 모두의 필독서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입력 2019-10-25 14:00
사진: 안성민 지음/디벨롭어스/ 304쪽/15,000원

21대 총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서점가에는 정치 분야의 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출간되고 있다. 사실 정치관련 책은 서점가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분야의 책으로 꼽힌다. 아무래도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호평과 혹평이 교차하고, 일부 책들은 알맹이 없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홍보 목적으로서 출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지난 7월부터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정치 분야의 책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이를 통해 기성 정치권에 일갈을 가하는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이다.

‘88만원 세대’부터 시작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90년생이 온다’ 까지 젊은 세대 또는 청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이미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정의하기 어려운 애매한 단어로 남겨져 있다. N포세대,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세대 정도로 흐릿하게 그들을 이해했을 뿐 그들의 현재의 삶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사회가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안성민 저자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년의 삶에 대해 아주 날카롭게 분석해 냈다. 그리고 현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치’라는 키워드를 연결시키며 ‘청년’과 ‘정치’의 어색한 관계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 책이 많은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가 그동안 접해온 정치관련 책들은 정치인 또는 평론가, 대학교수의 고유영역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현재는 12년차 직장인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그리고 아파트 대출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대한민국 서울의 평범한 아빠’이다. 대한민국의 가장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30대 직장인이자 아빠로서, 그리고 헬조선을 살아내고 있는 30대 청년의 입장에서 책을 써 내려갔다는 점, 이것이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핵심은 제목과 동명인 3장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와 4장 '대한민국, 그리고 청년정치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성정치에 대한 토로만 담겨져 있지는 않다. 청년정치가 퇴보하는 이유를 분명 청년들에게도 찾고 있다. 그 가운데 독자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는 부분은 단연 ‘무늬만 청년정치인’ 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 청년정치인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이들이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는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청년정치지망생들은 자신이 대변하고자 한다는 청년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정치로 입문하는 방법이 아닌, 그저 열정과 패기만 앞 세워 정치권에 입문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이력도 마찬가지, 청년들이 겪는 일반적인 정서와는 사뭇 다른 경우가 대다수이다. 취업, 결혼, 육아, 빚, 군 복무 등 아주 보편적인 것을 대비해 보더라도 무엇 하나 과연 청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경력들만 가득할 뿐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대변인 역할을 내어주지 못했고, 그로 인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정치효능감 때문에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배제되거나 나아가 정치혐오 현상까지 생겼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날이 갈수록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줄어들고 있다. 21대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도전적이면서도 청년 당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책의 출간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비롯해 청년들의 정치적 의식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노력으로 인해 21대 국회에서는 청년들을 잘 대변하고, 청년의 삶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청년대표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