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女 살해·암매장’ 사건 첫 공판…주범 “다 맞지만 살인은 안했다”

입력 2019-10-24 17:47
지난달 18일 지적장애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일당 중 한 명이 같은날 오전 전북 군산경찰서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지적장애 3급의 20대 여성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일당이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주범인 20대 남성은 ‘살인은 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만큼은 부인했다.

24일 오후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해덕진) 심리로 열린 ‘20대 지적장애 여성 살해·암매장’ 사건 첫 공판에서 진범 A씨(26)를 제외한 공범 4명은 모두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 선 5명의 피고인은 주범 A씨 등 2명이 살인 등의 혐의로, B씨(여·33)는 살인 방조혐의로 구속기소됐다. C씨(32) 등 2명은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상태로 법정에 섰다.

먼저 재판장은 이들에게 “참여재판을 원하냐”고 물었고 5명 모두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혔다. 공소장을 읽는 데만 30여분이 걸릴 정도로 이들의 범죄행위는 잔혹하고도 많았다.

A씨는 공소사실 인정여부를 묻자 “살인 혐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앞선 수사단계에서도 “D(여·20)씨가 죽을 줄은 몰랐다”며 살인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A씨 변호인은 살인 혐의와 관련된 검찰 증거를 모두 부인했다. B씨 등 나머지 4명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4일 오후에 같은 법정에서 진행된다.

한편 A씨 등 2명은 지난 8월 18일 오후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D씨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들 2명의 폭행과 살인을 유도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접 폭행과 가혹행위도 저지른 바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D씨가 성매수남에게 자신들의 전화번호 등 신상을 말했다는 이유로 D씨를 베란다 쪽 세탁실에 가두고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가뒀다. 이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결국 D씨는 이 과정에서 사망했다. A씨를 포함한 5명은 숨진 D씨를 익산에서 134㎞가량 떨어진 경남 거창군의 한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및 검찰에 따르면 A씨와 D씨를 포함한 20~30대 남녀 7명은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셰어하우스’ 형태로 함께 생활했다. 자주 가출을 했던 D씨는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던 중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A씨를 통해 지난 6월 이들 무리에 합류했다. D씨는 조건만남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A씨의 유혹에 넘어가 대구에서 익산까지 옮겨왔다.

D씨가 이 집에 합류한 직후부터 가혹한 폭행이 시작됐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청소를 제대로 안 한다’는 이유를 들어 D씨를 잔혹하게 괴롭혔다. 토치에 불을 붙인 뒤 화상을 입히고, 미용가위로 찌르고, 라이터로 머리카락을 태우기도 했다. 빙초산을 뿌려 화상을 입히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폭행했다.

심지어 D씨가 숨진 당일에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D씨를 심하게 때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 등은 시신을 유기한 이튿날부터 이 야산을 다섯 차례나 다시 찾아 현장을 확인했다. 이들은 범행 사흘 뒤인 8월 21일부터 이틀간 거창에 70㎜의 많은 비가 내리자 현장을 찾아 시신 묻은 곳을 시멘트로 덮기도 했다. 시신이 외부로 유출되는 등 범행이 탄로 날 것을 걱정한 탓이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을 알고 있던 E씨(여·30)는 이들의 범행은 지난 9월15일 한 통의 납치 신고로 드러나게 됐다.

A씨 등의 범행을 알고 있는 E씨(31·여)는 이들 무리에서 도망쳐 나온 뒤 군산에 있는 친구 집에 숨어 지내던 중 납치를 당했다. E씨가 범행을 외부에 알릴까 두려워 A씨 등이 E씨를 납치한 것이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E씨의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익산의 원룸에서 A씨 등 5명을 모두 붙잡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