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마지막 남은 벨루가(흰고래) ‘벨라’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암컷 벨루가인 벨라는 2014년 수컷 벨루가 두 마리와 함께 롯데월드에 들어왔다. 그러나 수컷 벨루가들이 모두 죽고 지난 17일부터는 혼자 생활해왔다.
롯데월드는 24일 “벨루가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방류를 결정했다”며 “세부 방류 계획은 동물자유연대, 국내외 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쳐 수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17일 사망한 벨루가를 부검한 결과 사인이 패혈증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각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 등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래목에 속하는 벨루가는 주로 수온이 14℃를 넘지 않는 북극해와 베링해, 캐나다 북부 등 추운 바다에 무리를 지어 산다. 벨루가는 무리와 소통하고 얼음구멍을 찾기 위해 발달한 음파 탐지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소리가 아름다워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쿠아리움의 비좁은 수조 안에서는 초음파가 유리벽에 막혀 되돌아온다. 이 때문에 동물권단체와 전문가들은 벨루가가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실제 야생에서 평균 30~35년, 최장 50년 정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진 벨루가지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수컷 벨루가 두 마리는 각각 12살(2019년)과 5살(2016년)까지밖에 살지 못했다. 벨라의 방류 결정으로 이제 국내에 남은 벨루가는 거제씨월드에 네 마리,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에 세 마리 등 총 일곱 마리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롯데월드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방류’ 밖에 없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잘했고 환영한다”며 “벨루가의 방류 시점과 방법 등 논의에 필요하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2014년부터 6년간 좁은 수조에서만 살아온 벨라가 바다로 바로 돌아가긴 어렵다. 이 단체는 벨라를 아이슬란드나 러시아에 위치한 벨루가 보호시설로 보내거나 동해에서 적응 훈련을 시킨 후 방류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롯데월드의 벨루가는 다른 고래류와도 같은 수조에 있어 본 적이 없고 다른 고래가 근처에 있다고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외로워할 것”이라며 “해양수산부, 고래전문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적응을 거쳐 바다로 돌려보낼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