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경제성장률 2.0%도 힘들 듯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
“내년에도 1%대 중후반 성장” 우려
한국 경제가 ‘불확실성’에 발목 잡혔다.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선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 쇼크’로 받아들인다.
3분기 성장률이 나빠지면서 올해 경제 성적표는 2.0% 턱걸이는커녕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5~2.6%로 추산하는 잠재성장률에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돈 때는 외환위기 등 4차례뿐이었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과의 통상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여기에 반도체 불황까지 겹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더 큰 ‘그림자’는 4분기나 내년에도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을 상쇄하려면 노동시장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여러 규제를 철폐해 기업 투자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은은 3분기 실질 GDP(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4%(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표기 시 0.39%) 상승했다고 24일 밝혔다. 시장 전망치(0.5~0.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4분기 성장률이 최소한 0.97%를 찍어야만 가까스로 올해 2.0% 성장을 할 수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 정부의 목표치는 2.4~2.5%다.
3분기 ‘어닝쇼크’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대외 불확실성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조건 없는 유럽연합 탈퇴), 홍콩 시위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기업과 가계 모두 지갑을 닫았다. 3분기에 민간소비 증가율(0.1%)은 전 분기보다 0.6% 포인트 떨어졌다. 건설투자는 5.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덕에 0.5% 늘었지만,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는 줄었다.
3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밑돈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 감소’가 있다. 2분기에 나랏돈을 대거 끌어다 쓰면서 성장률을 밀어 올렸지만, 3분기에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1.2% 포인트에서 3분기 0.2% 포인트로 급락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 지출 규모가 갑자기 늘어 효과가 컸던 전 분기에 비해 3분기는 기저효과로 정부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전문가는 내년 경제 상황도 어둡게 본다. 대외 여건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데다, 잠재성장률은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향후 4~5년간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연평균 성장률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충격이 너무 크다. 올해 2% 성장이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통화·재정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 하락을 막을 수 없다. 내년은 1% 중후반대 성장률 보이고, 3년 안에 1.5% 성장률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종합감사에서 “시장 활력을 찾는데 몰두하되 규제 개혁, 기업을 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민간산업 경쟁력 강화, 구조개혁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