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北인권보고관 “北서 1100만명이 굶주려… 1990년 대기근 떠올리게 해”

입력 2019-10-24 14:56 수정 2019-10-24 15:49
사진=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사업 관련 웹사이트 캡처

식량난과 영양실조부터 정치범 수용소 운영 및 탈북자 강제 북송까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량난과 영양실조는 1990년대 대기근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인권 실태를 보고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식량난과 이에 따른 주민들의 영양 문제를 제기됐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인구의 약 40%인 1100만명이 굶주리고 있다”며 “약 14만명의 아동이 영양부족 상태고 이중 3만명은 사망 위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북한 식량난이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퀸타나 보고관은 1990년대 대기근의 기억 때문에 북한 식량 불안정은 특히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북한대기근 당시 희생된 주민은 최대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식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부의 불평등’까지 심화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공공 배급시스템에 차별이 만연해있고 일반 주민이나 특히 시골 농민들은 어떤 배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농민들이 개인 경작지에서 혜택을 얻지 못하면서 식량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 같은 식량난의 가장 큰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의 40%인 약 1000만명이 식량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지난 8월 북한 어린이 14만명이 합병증을 동반한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족을 조사한 결과 “지난 6개월간 중국이 탈북자를 구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중국 당국을 향해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든 본국으로 송환됐을 때 고문과 학대에 직면하게 된다면, 현장 난민(refugees sur place)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강제북송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농 르풀망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은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난민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상의 원칙이다.

또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를 운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수용소에 보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고도 전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인권 문제를 북·미 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 합의와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과 관련해 “대북제재에서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는 절차는 개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고도 말했다. 제재는 유지하면서 인도적인 차원의 식량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과제라는 인식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