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논란으로 뜨거운 부산 한 고가 아파트 입주자들이 “하자 만큼이나 화나는 건 시공사의 안일한 태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 해운대구 D 아파트에서는 올 1월 말부터 누수와 곰팡이 같은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지난달 연이어 태풍 영향권에 들 당시 입주자들의 고통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같은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까지 입주자들에게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했다. D 아파트는 34평 실거래가가 6억원을 넘어서는 지역 내 고가 아파트다. 하자가 공개될 경우 우려되는 재산 피해가 그 이유였다.
입주자들은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이런 주민의 고민을 악용해 대응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입주자는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안일한 시공사 때문”이라며 “재산피해 때문에 공개를 머뭇거린다는 것을 시공사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물건을 팔고도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산건설 측이 약속한 보수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입주자대표위원회에 따르면 두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두 차례 아파트를 찾아 보수를 약속했다. 그러나 모두 약속 기간을 넘겼고, 아직 제대로 된 보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입주자들의 입장이다.
두산건설 측은 “보수작업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작업자가 로프를 타야 한다”며 “그동안 부산에 강한 바람이 부는 등 기상이 좋지 않아 약속된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고 있다.
시공사가 하자 접수 현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입주자들이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겨우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접수했던 하자 내용을 서류로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기업 비밀’이라며 찾아와서 받아 적어가라는 식이었다”며 “피해 규모 산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언론 등 외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피해 건수를 적게 알린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공사 측은 이 문제에 대해 하자접수를 담당한 용역업체의 실수라며 시정 조치와 교육을 약속한 상태다.
하자 발생 이유에 대해서도 입주민과 시공사 간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주민들은 누수 피해가 외부 벽면 갈라짐 등 전체적인 구조 탓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시공사 측은 태풍과 섀시의 문제라는 판단이다.
한 주민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외부 벽면을 보면 갈라짐이 곳곳에 있고, 이런 갈라짐을 타고 빗물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으로도 추정된다”며 “단순히 섀시의 문제라면 온 집안에 물이 뚝뚝 떨어지거나 거실 한가운데 물이 차오르고 곰팡이가 피는 문제가 왜 발생하느냐”고 지적했다.
시공사 측은 “현재 일부 세대를 확인한 결과, 창틀로만 빗물이 들어왔고 이 빗물이 세대 벽면 등으로 스며들어 약한 부위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며 “세대에 스며든 물이 옆집으로도 갈 수 있고 욕실, 안방 등에서도 나올 수 있어 구조적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틀에서 물이 샌 이유에 대해 “500㎩(파스칼)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썼는데, 태풍 ‘타파’가 750㎩로 강하게 불면서 제품이 이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해배상 문제 역시 분쟁점이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누수로 인한 가구 피해와 이사비를 집주인들에게 요청하고 있다”며 “임산부나 노인들은 곰팡이 냄새를 피해 아파트를 떠나고 있다. 이렇게 피해가 불어나는 데 시공사는 언급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