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 ‘타다 규탄집회’… “승차거부 여전” 여론은 싸늘

입력 2019-10-24 11:42 수정 2019-10-24 13:22

지난 23일 택시 기사 1만명이 모여 ‘타다 규탄 집회’를 열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택시 업계가 지난해에도 ‘카카오카풀 규탄’ 집회를 열고 자체적인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지만 승차거부, 불친절 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4일 “택시 업계가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하기보다 월급제 정착, 초고령자 운전자 감차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노조 이사장은 전날 열린 여의도 집회에서 “그간 정부 입장을 고려해 타다와의 협상과 상생 쪽에 무게를 뒀었는데 앞으로는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며 “정부는 택시 면허 없이 편법적으로 유사 영업을 하는 타다를 불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년 전의 카카오카풀 규탄 시위 이후 다소 잠잠했던 택시·플랫폼업체 간 갈등이 재점화된 건 타다의 책임이 크다. 타다는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플랫폼 사업자도 기여금을 내고 택시면허를 사야 한다’는 내용의 개편방안에 반발해 이달 초 일방적으로 ‘1만대 증차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관련 정부 실무기구에 참여 중인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타다 측은 어느 정도 관련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정부가 구매 가능한 택시 면허 개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반대한다”며 “택시 업계는 이런 반발을 무마하고 향후 타협 과정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택시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직장인 5년차 이모(29)씨는 “지금도 여전히 심야시간대 승차거부가 빈번하다.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지 않냐”며 “기사들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소비자들이 왜 희생을 해야 하나”고 말했다. 올해 1~9월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민원 1만3989건 중에는 불친절(5002건), 부당요금(4114건), 승차거부(2889건)가 가장 많다.


택시 업계가 서비스 개선 노력 없이 ‘경쟁 상대 밀어내기’에 몰두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된다. 지난해 카카오카풀 시위 이후 택시 업계는 자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재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승차거부, 불친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행 거리와 기사 임금을 묶어놓은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를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만 시켜놓고 현실화할 방안에 대해선 아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가 주52시간 근로제처럼 시행 시기에 닥쳐 보류되거나 연기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초고령자 기사 중심의 감차 방안도 개인 택시기사의 반발에 부딪혀 논의가 부진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택시 산업이 내부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이 있어야하는데, 지금은 공급자끼리 싸우는 형국”이라며 “그러는 사이 택시 요금은 올랐고 역설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지난해 시위 이후 카카오카풀 사업이 사실상 철회됐고 플랫폼 기업이 기여금을 내도록 정해지면서 사실상 택시 업계가 원하는 대로 다 이뤄졌다”며 “양보하는 자세로 타다와 증차 규모를 타협해 갈등을 일단락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 대화기구는 사업자 간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는데, 소비자 중심으로 교통수단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