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3분기만에 흑자 5천억 하회…日악재에 비해 ‘선방’

입력 2019-10-24 11:24
SK하이닉스.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13분기 만에 흑자 규모가 5000억원을 밑도는 성적을 냈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친 수준이다. 다만 일본발 악재 속에서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4일 올 3분기(7~9월)에 매출 6조8388억원, 영업이익 4726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분기(6조4522억원)보다 6% 증가했으나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던 지난해 같은 기간(11조4168억원)보다는 40%나 줄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20조8438억원의 7분의 1 수준인 3조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최근 들어 D램 출하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데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급락에 따라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어 내년부터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분기(6376억원)보다 26% 줄었고, 1년 전(6조4724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93%나 급감했다. 2016년 2분기(4529억원) 이후 13분기 만에 가장 적은 흑자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평균(매출 6조2153억원·영업이익 4297억원)에 비해서는 좋은 성적표를 써냈다.

영업이익률은 6.9%를 기록하며 전분기(9.9%)보다 더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56.7%)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3분기까지 20조636억원의 매출과 2조47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34%와 85%나 줄어든 수치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의 가격 하락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재고 조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실적 하락폭은 다소 완만해졌다. 특히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진 것에 비해서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D램의 경우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23%나 늘었으나 가격 약세가 지속됐으며, 낸드플래시는 출하량이 1% 줄어들었지만 저가 제품 판매 비중을 줄이면서 평균판매단가(ASP)는 오히려 전분기보다 4% 올랐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D램의 경우 재고 조정에 힘입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낸드플래시도 빠른 속도로 수급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내년 5G 스마트폰의 본격 도입이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생산과 투자 조절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D램은 이천 M10 공장의 D램 생산라인 일부를 CIS(CMOS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2D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메모리 제품 생산 능력과 투자 금액은 올해보다 모두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용량·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시장이 개선될 때 더 큰 성장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다운턴(하락국면)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