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은 미국 이익을 위해서만 전투할 것”

입력 2019-10-24 06:44 수정 2019-10-24 06:49
트럼프, 터키·쿠르드족 휴전 합의 발표
美, 터키에 대한 제재 해제
트럼프 “휴전 합의는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 자화자찬
시리아 북부 미군 철수시켰지만 유전지대엔 미군 주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군의 업무는 세계 경찰이 아니다”라면서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 미군은 전투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나라들은 더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공정한 몫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것이며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는 군사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외교안보 노선을 재차 역설했다. 또 동맹국들에게 더 큰 책임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터키와 쿠르드족 간에 휴전이 합의됐음을 발표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인물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터키와 쿠르드족 간에 휴전이 합의됐음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터키 정부가 오늘 아침 일찍 시리아에서 전투와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화하기로 했다”면서 “미국이 시리아 공격에 대응해 터키에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터키의 공격을 방임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번 휴전 합의를 미국이 중재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휴전 합의)은 우리,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우리는 많은 쿠르드족의 생명을 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을 철수시켰지만 시리아 유전지대 일부에는 미군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라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석유를 확보했고, 따라서 소수의 미군이 석유를 보유한 지역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석유를 보호할 것이며 석유와 관련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등과 관련해 쏟아졌던 비난을 반박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오늘의 (휴전) 발표는 터키에 대한 우리 정책이 유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몇 주 전까지도 멸시받았으나 이제 사람들은 ‘와우. 대단한 결과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축하받기 이르지만 우리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셀프 칭찬’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휴전 합의가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데 어느 정도 의문이 들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나는 이것(휴전 합의)이 영구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또 터키 제재와 관련해 “나는 10월 14일에 터키에게 부과했던 모든 제재를 해제할 것을 재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강 관세 폭탄, 1000억 달러(약 117조원) 무역협상 중단, 터키의 국방·내무·에너지부 등 3개 부처 장관의 제재 대상 지명 등 터키에 가해졌던 모든 제재가 풀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불행한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터키가 휴전 합의를 어기는 행동을 할 경우 제재가 다시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이번 합의에는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 약 30㎞에 설정된 ‘안전지대(safe zone)’ 구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안전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가 철수하고 안전지대 내의 터키 군사작전 구역에서는 터키와 러시아군이 합동순찰을 한다. 또 군사작전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에는 러시아 군사경찰과 시리아 정부군이 투입되는 것이다.

22일 있었던 러시아·터키 정상회담이 안전지대 구상을 현실화시켰다. 이번 휴전 합의에 러시아의 공이 매우 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지대(안전지대)에서 수년 동안 수백만 명이 숨졌다”면서 “안전지대가 말 그대로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