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속옷 찾고도 30년간 침묵한 경찰…‘이춘재 뉴스’ 보고 알았다”

입력 2019-10-24 05:24 수정 2019-10-24 07:29
당시 자료 화면. MBC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최근 자신의 소행이었다고 자백한 ‘초등생 실종 사건’ 유족이 과거 경찰의 무책임했던 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이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30여년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 김모(당시 9세)양은 1989년 7월 18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행방이 묘연해졌다. 같은 해 12월 경찰은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나갔던 하의와 책가방을 태안읍 병정5리에서 발견했다. 화성 9차 사건 현장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지점이었다.

유가족은 이같은 사실을 최근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속옷까지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를 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유족은 최근 이춘재가 추가 범행을 자백한 뒤에야 유류품의 존재를 알게됐다고 한다. 그마저도 뉴스로 이춘재의 자백 소식을 접한 뒤 경찰에 직접 찾아가 듣게됐다. 김양의 고모는 “방송을 듣고 알았다는 게 너무 기가 막힌다”고 23일 MBC에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김양 아버지는 이춘재의 추가 자백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이달 초 경기남부경찰청을 찾았다. 김양 아버지는 그곳에서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이 딸의 실종사건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경찰은 30년 전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됐었다는 사실도 그제서야 알려줬다. 유족은 김양의 속옷까지 발견하고도 과거 경찰이 왜 단순실종으로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직 찾지 못한 김양의 시신과 관련해서도 의문점이 있다. MBC에 따르면 이춘재는 숨진 김양을 유류품 바로 옆에 뒀다고 진술했다. 그림까지 자세히 그려가며 사건 현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경찰 기록을 살펴보면 시체가 발견됐다는 내용은 남아있지 않다.

이춘재 사건 수사팀은 유류품이 발견되기 전 김양의 시신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거나 훼손돼 찾아내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30년 전 유류품 발견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을 상대로 김양 시신을 본 적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