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역군’ 베이비붐세대는 이제…정년도 보장받지 못한다

입력 2019-10-24 11:00

한 때 산업역군으로 불릴 정도로 열심히 일해 한국의 성장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쓸쓸한 노년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적으로 정년퇴직을 한 사람은 10명 중 1명에 그치고 정리해고·직장폐업 등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10월호 ‘고령층(60세 이상) 노동시장의 특징과 경제활동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만 55~64세의 정년퇴직 비중은 12.7%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정상적으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터에서 쫓겨났다는 의미다. 반면 권고사직·정리해고에 의한 비중은 11.8%, 사업부진·직장휴폐업으로 인한 퇴직 비중은 30.0%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활용해 만 55~64세를 대상으로 가장 오랫동안 근무했던 일자리의 퇴직사유 비중을 조사했다.

정년퇴직 비중은 2016년 법제화 이후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12.5~12.7%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권고사직·정리해고로 인해 퇴직하거나 사업부진·직장휴폐업으로 퇴직한 비중은 최근 3~4년 동안 급증했다. 2016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권고사직·정리해고는 4%포인트, 사업부진·직장휴폐업은 5%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도 단순노무직에 그쳤다. 올해 5월 기준으로 60대 초반의 취업자는 체력적인 제약이 큰 업종인 제조업(2만2000명)과 건설업(1만9000명)에서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주로 기계장치조작, 단순노무직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도 보건·사회복지서비스(1만9000명), 숙박음식점업(1만6000명) 업종에서 새 일자리를 찾았다. 물론 단순노무직이었다.

희망하는 월 임금수준은 과거에는 대체로 50만~150만원 사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최근에는 15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기를 희망하는 미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기초연금사업과 함께 사회활동지원 중심의 노인일자리사업 규모도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공헌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공익활동, 사회서비스 등의 활동경로를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