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손흥민, 새로운 개척자가 되다 “200골도 가능”

입력 2019-10-23 17:00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불러 가진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 홈경기에서 멀티골을 작성한 후반 23분 교체돼 박수를 치며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AP뉴시스

‘121골.’

오직 차범근(66)만 보유했던 한국 선수의 유럽 프로축구 최다 득점 기록이다.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치며 11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이 기록을 수립하고 1989년에 은퇴했다. 선수 이력의 마지막인 1988-1989시즌까지 37경기를 뛰고 3골을 넣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차범근의 기록은 30년간 깨지지 않고 한국 축구사의 ‘이정표’처럼 유럽에 세워져 있었다. 그 이후로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을 달성한 한국에서 박지성(38)을 필두로 유럽 진출이 물밀 듯 이뤄졌지만, 차범근의 기록에 도달한 선수는 없었다. 차범근은 그야말로 개척자였다.

이제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그 계보를 이어받았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불러 5대 0으로 대승한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16분과 전반 44분에 연달아 득점해 멀티골을 달성했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두 골을 모두 상대 페널티박스 왼쪽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터뜨렸다.

유럽에서 10시즌 만에 달성한 121호 골. 차범근의 달성 시기를 9년이나 앞당긴 27세의 나이로 한국 선수의 유럽 프로축구 최다 득점 타이기록을 이뤘다. 앞으로 손흥민이 넣을 모든 득점은 신기록이 된다. 전설을 넘어선 새로운 전설이 탄생한 것이다.

손흥민은 차범근보다 시작이 빨랐다. 18세였던 2010-2011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함부르크에서 세 시즌 동안 20골을 넣은 손흥민의 가능성을 알아본 구단은 차범근의 마지막 소속팀인 레버쿠젠이었다. 손흥민의 기량은 2013년에 옮긴 레버쿠젠에서 만개하기 시작했다. 함부르크보다 한 시즌을 덜 뛰고도 더 많은 29골을 작성했다.

함부르크와 다르게 분데스리가 상위권 팀이었던 레버쿠젠은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두 번째 시즌인 2014년 10월 2일 홈구장 바이 아레나에서 C조 2차전을 가진 포르투갈 벤피카를 상대로 1대 0 승리를 안긴 결승골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날까지 20골로 늘어난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골러시는 그렇게 시작됐다.

손흥민은 2015년 8월에 입단한 토트넘에서 다섯 시즌째를 맞은 지금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토트넘이 창단 137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까지 진출해 준우승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성과는 팀의 원톱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잦은 부상으로 최전방을 대신 맡은 손흥민의 득점력이 있어 가능했다.

케인부터 골키퍼 위고 요리스까지 모든 곳에서 부상의 신음이 진동하는 올 시즌 토트넘은 부진하지만, 손흥민은 이날까지 시즌 5골을 기록해 유일하게 제몫을 하고 있다. 프랑스풋볼은 이런 손흥민을 토트넘 필드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발롱도르 후보 30인으로 지명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날 손흥민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하며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부여했다. 스카이스포츠를 포함한 영국 언론도 9점대 평점을 매겼다.

이제 막 전성기로 들어선 손흥민의 유럽 통산 200골 돌파는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현재 시즌 중 20골을 넣을 수 있는 추세에 있다. 30대로 들어서도 10~15골이 가능해 은퇴까지 200골 돌파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