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00명 중 4명뿐

입력 2019-10-23 16:50 수정 2019-10-23 16:58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직장인들은 여전히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직장인 100명 중 4명만 실제 신고까지 이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최근 직장인 7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최근 이른바 ‘직장 갑질’을 당했다는 응답이 69.3%에 달했다고 23일 밝혔다. 괴롭힘당한 비율은 남성(39.2%)보다는 여성(60.8%)이 높았다. 직급별로는 사원(44.7%)과 대리(21.1%)가 가장 큰 피해자였다. 기업 형태별로는 중소기업(61.6%)이 대기업(16.0%)과 중견기업(16.5%)에 비해 괴롭힘당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직장 갑질을 실제로 신고했다고 답한 직장인은 15.3%에 그쳤다. 그나마도 이 중 10.8%는 회사에서 신고가 반려됐다. 결국, 괴롭힘을 당한 후 신고가 제대로 접수된 직장인은 4.5%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35.1%)’가 가장 많았다. ‘괴롭힘 정황은 있으나 신고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27.5%)’ ‘신고가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10.2%)’라고 답한 경우도 많았다. ‘신고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협박해서(11.6%)’ ‘신고해도 모른 척 회피해서(11.0%)’ 등 여전히 신고 시스템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A씨(33)는 “오랫동안 폭언과 인격 모독에 시달렸지만 직장 동료들은 그걸 그냥 다 지켜보기만 했다”며 “시간이 다 흘러 전적으로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데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업무과다(18.3%)’가 가장 많았다. 이어 ‘욕설·폭언’(16.7%), ‘전화·이메일·SNS 통한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15.9%)’ ‘행사·회식 참여 강요(12.2%)’ ‘사적용무·집안일 지시(8.6%)’, ‘따돌림(6.9%)’, ‘업무배제(6.2%)’, ‘성희롱·신체접촉(5.4%)’, ‘기타(4.2%)’ 순으로 집계됐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